중국이 바시해협 봉쇄하면, 3개월 내 국내 기반 산업 마비
원유 수입 90%는 호르무즈·믈라카·바시해협 잇는 남방 항로 통해
대만 포위 훈련 중국, 바시해협 봉쇄하면 3개월 내 국내 기반 산업 마비
해상 교통로 보호 위해 해군력 강화 필요… 핵잠수함 美와 논의해야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미 해군은 압도적인 세계 최강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1척에 달하는 원자력 추진 항모들은 미 해군력과 국력의 상징이다. 그런 미국이 빈약한 해군력 때문에 해적들에게 조공을 바쳐야 했던, 잘 믿기지 않는 ‘흑역사’가 있었다.
독립전쟁에 앞서 미 식민지 주민들은 대륙해군부터 창설, 최소한의 전력을 갖췄지만 독립을 이루자마자 대륙해군을 해체하고 보유했던 선박들을 팔아치웠다. 제헌의회가 더 이상 해군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었음이 이내 확인됐다. 지중해 연안 항구를 거점으로 활동했던 바르바리 해적들에 의해 미 상선들이 약탈당하는 일이 속출했던 것이다. 독립 이전에 영국 상선 깃발을 달았을 때는 해적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했지만, 독립 이후 더 이상 보호해줄 강력한 해군이 없었던 미 상선들은 가장 인기 높은 나포 대상이었다. 당시 외교관 자격으로 파리에 있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나포된 선박과 선원들을 석방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조공외교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낳았다.
뒤에 미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모로코와 알제리에 조약을 제안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거나 엄청난 비용 요구가 뒤따랐다. 특히 알제리에 10년이나 억류돼 있던 미 선원 115명의 석방에는 100만 달러나 들었다. 이는 1795년 당시 미 정부 예산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이런 치욕적인 결과는 결국 미 해군력 건설의 촉진제가 됐다. 미 의회는 1784년 호위함 6척의 구매를 승인했고, 1798년에는 해군성 설립을 인가했다. 하지만 함정 건조 및 인력 양성에는 시간이 걸려 미국은 한동안 상선 안전통행과 인질 석방을 위해 매년 100만 달러의 ‘조공’을 계속 지불해야 했다.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미국은 트리폴리 토후의 과도한 공납 요구를 거부, 트리폴리 제1차 바르바리 전쟁(1801~1805)이 일어났는데 미국은 강화된 해군력으로 북서 아프리카에서 준동하는 해적들을 소탕했다. 이는 미 해군과 정부에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오늘날 미 해군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만들었다.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미 해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원자력 추진 항모의 절반이 넘는 6척을 배치한 것을 비롯, 이지스 구축함 등 각종 주요 수상함정 200척, 원자력 추진 잠수함 40척을 배치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 함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한국·일본 등 주요 우방국 해상교통로 보호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유 등 일부 핵심 자원 수송로를 100% 미국이 보호하는 해상교통로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90%는 호르무즈-말라카-바시 해협을 잇는 남방 항로를 통해 수입된다.
이런 남방항로가 중국 등에 의해 봉쇄되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9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회동에 반발해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형태의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이틀째 이어갔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기준으로 여전히 J-10, J-11, J-16 등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H-6K 폭격기, KJ-500 조기경보기 등 군용 항공기 71대와 함정 9척이 대만 섬 주변에서 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에도 대만 봉쇄 및 포위 훈련을 했었다. 중국의 대만 봉쇄엔 대만 오른쪽에 있는 바시 해협도 포함돼 있다. 바시 해협이 봉쇄되면 우리 해상교통로의 숨통이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남중국해 등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며 중국을 견제하는 미 해군 전력 건설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 부족 등으로 미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항모, 이지스함, 원자력잠수함 등 미 해군이 원하는 핵심 전력 숫자를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 미 해군의 공백을 일본이 경항모 개조 등 해군력 강화를 통해 메우려 하는데 우리 군으로선 국민정서상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우리 독자적인 해군력 강화를 통해 해상교통로 보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해상교통로 보호에 활용될 수 있는 핵심 전력 중의 하나로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이 꼽힌다. 원자력 잠수함은 앞으로 등장할 북한의 원자력 잠수함이 우리 해상교통로 타격에 나설 경우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당 8차 대회 때 공언한 5대 핵심 전략무기 중 원자력 잠수함만 제외하곤 모두 사실상 개발을 끝냈거나 한창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북 원자력 잠수함 출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원자력 잠수함은 북한이 잇따라 시험 성공을 주장하고 있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잠수함 함정 자체 건조 능력은 상당 수준에 와있지만 핵연료(20% 수준 저농축 우라늄) 확보가 가장 난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강화 외에도 원자력 잠수함용 핵연료 확보 등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미국이 우리와 달리 호주에 대해선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을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자력 잠수함을 포함해 각종 함정 건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의 뛰어난 조선 능력을 활용해 미 함정 건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윈윈’(Win-Win) 모델을 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각종 자원을 수송하는 해상교통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대통령 직속으로 우리 해양전략을 수립하고 점검할 ‘국가해양전략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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