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이 약 금지 놓고 엇갈린 판결···대통령까지 바꿀 수 있다고?
지난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백지화로 논란에 휩싸였던 미국이 이번엔 낙태약 승인을 둘러싼 엇갈린 판결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라고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텍사스주 연방법원과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지난 7일 각각 경구용 낙태약(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을 놓고 정반대 판결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매슈 캑스머릭 텍사스주 애머릴로 연방법원 판사는 FDA가 2000년 미페프리스톤에 대해 내린 사용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FDA에 긴급 항고 기회를 주기 위해 이 결정의 법적 효력은 7일 후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 성향의 토머스 라이스 워싱턴주 스포캔 연방법원 판사는 워싱턴DC 등 17개 주가 제기한 별도 소송에서 FDA는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AP 통신은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두 연방법원 판사의 상반된 판결은 여성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낙태를 둘러싼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고 전했다.
낙태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인 '위 테스티파이' 소속인 텍사스 주민 엠마 허낸데즈(30)는 "약물 낙태를 여러 번 경험한 사람으로서 미페프리스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우리의 선택권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낙태약 구입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인 뉴욕 '메이데이 헬스' 상임이사 제니퍼 링컨 박사는 텍사스 법원 판결 후 "미페프리스톤을 지금 주문해서 타이레놀처럼 보관할 수 있다"며 "유통기한은 약 2년"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낙태 반대 단체인 '아칸소 생명권'의 로즈 밈스 상임이사는 텍사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 판결이 전국의 낙태 산업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정부가) 항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낙태약에 관한 상반된 판결의 여파는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낙태권 문제를 선거운동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쟁점화하는 반면 공화당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는 등 양당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고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텍사스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데 입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모든 주에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하는 법을 통과시킬 의회를 선출하는 것뿐"이라며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낙태에 대한 여성 권리를 보호하고 자기 건강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는 텍사스 판결에 대해 "끔찍하고 극단적이며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열을 올렸고 패티 머리 상원의원(워싱턴·민주)은 "이 결정은 모든 지역에서 낙태를 금지하려는 공화당원들의 수십 년간 노력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반면에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이 판결에 대해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 재임 중 보수성향 대법관 임명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데 일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이 판결과 낙태 문제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만이 FDA가 2000년 인간 생명을 부주의하게 무시했다고 비난하면서 "오늘 또다시 생명이 승리했다"며 텍사스 판결을 환영 의사를 밝혔다.
WP는 양당의 이런 상반된 반응에 대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 후 1년간 낙태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공개된 마켓대 법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은 33%에 그쳤다.
WP는 양당 전략가들은 모두 낙태 금지에 대한 분노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패배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 문제를 2024년 대선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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