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시들해진 공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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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은 하버드대 입학보다 어려운 일이다.' 2019년 2월 LA타임스가 한국의 공무원 취업 열풍을 소개한 기사의 내용이다.
10년 전에는 뉴욕타임스가 '한국에서 인생을 지배하는 (공무원)시험'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 해 40만명 이상이 7·9급 공무원시험에 몰렸다.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꼴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있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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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이 주목할 정도로 공직 취업 열풍은 유별났다. 한 해 40만명 이상이 7·9급 공무원시험에 몰렸다. 2011년 9급 시험 경쟁률이 93.3대 1이었으니 하버드대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법했다.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꼴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있었을 정도다.
‘공시 열풍’은 1990년대 말 나타난 현상이다. 그 전에도 5급 공무원이 되는 행정고시는 인기였으나 7·9급 시험은 달랐다.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풍경이 일상화하면서 안정된 직장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공무원은 큰 문제만 없으면 정년까지 보장되니 매력적이었다. 수많은 젊은이가 부나방처럼 노량진 학원가로 몰렸고 대학 입시 대신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딩’까지 생겨났다.
격세지감이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우려마저 나오게 한 공무원 인기가 내리막길이다. 그제 필기시험을 치른 9급 공무원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31년 만에 역대 최저였다. 어렵게 들어간 공직사회를 떠나는 발길은 늘었다. 서울시와 서울 시내 25개 구청에서 사표를 쓴 임용 5년 차 이하 ‘MZ세대 공무원’이 지난해 281명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중앙정부 부처 엘리트 과장들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다반사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진 건 낮은 임금에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다. 9급 1호봉 임금이 177만800원으로 최저임금 201만580원보다 적다. 창의성·자율성과 거리가 있는 공직사회 분위기도 MZ세대가 등을 돌리게 한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공직에만 몰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골고루 진출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공무원 성과보상 체계나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업 문화와 격차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공직사회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는 한 철밥통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없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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