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유가족과 함께한 '고난함께' 부활절연합예배…"부활의 승리가 임하길"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3. 4. 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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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연합예배',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함께해
기독단체·시민 등 400여 명 운집
"하나님께선 원통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고, 원수 갚아주셔"
"유가족의 외침, 권력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기를 촉구하는 목소리"
"죽음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승리가 이들에게 임하길"
예배 참가자들, 유가족 위로하고 희생자 추모

9일 서울 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한국교회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해마다 우리 사회 고통당하는 이웃들과 함께해 온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올해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라는 주제로 9일, 시울 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진행됐다.

연합예배엔 고난함께와 성서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복음주의권 기독단체와 각 교회들, 4백 여 명의 기독 청년·시민들이 함께 했다. 지나가던 일반 시민들도 예배의 자리로 나아오며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한편,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신다는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며 눈물과 고통, 슬픔, 아픔이 극복되는 새 날이 오길 기도했다.    

설교를 맡은 일산은혜교회 김근주 목사는 "이태원 참사는 일찍부터 조짐이 있었고, 일찍부터 그곳에 있던 이들이 부지런히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결코 가지 말았어야 하는 곳에 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시간, 장소, 형태만 다를 뿐 그 내용은 똑같다"며 "왜 그날 현장 통제와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를 소홀히 처리하는 정부가 이제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역시, 당사자들의 소리는 전혀 듣지 않은 채 제멋대로 일본의 입맛에 맞게 몰아치고 있다"며 "그렇기에 이태원참사 유가족의 목소리는 그저 분하고 괴로운 사람들의 소리가 아니라, 선출되고 임명된 권력이 희생자와 피해자, 고통받는 이들의 소리에 최우선적으로 귀 기울이기를 촉구하는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신다고 약속하셨다"며 "마침내 하나님께서 억울하고 원통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고 원수를 갚아주실 것을 신뢰하며, 자책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끝까지 유가족들의 곁에 서서 함께 나아가자"고 권면했다.

이날 연합예배엔 4백 여 명의 그리스도인과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김의진씨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을 지키지 못한 절망감으로 매일매일 고통 속에서 절규하고 자책하며 신음하고 있다"며 "50년 넘게 쌓은 기도와 믿음도 한 순간에 다 무너지고 있다"고 아픔을 전했다.

고(故) 김의진씨의 어머니는  "참사 4시간 전부터 시작된 11건의 상황실 신고 전화와 70여 건이 넘는 응급 상황 신고에도 판단 착오와 무능하게 대처한 지자체와 경찰, 각 기관의 책임을 묻는다"며 "대통령 집무실로 모든 경비 병력이 집중돼 10만이 넘는 인파는 보호 관리 받지 못했고, 실적 쌓기에 바빠 마약과 성범죄에 집중되었던 경찰 수사 때문에 소중한 우리 159개의 별들은 그 소중한 인생을 강제 종료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났고, 국정조사 역시 반쪽짜리로 그치고 말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존엄을 책임지지 못한 국가와 행정부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무능·무책임·비양심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연약하고 슬픔 가운데 있는 우리 유가족의 어려운 손을 잡아주시고, 등을 토닥여주시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시는 교회와 시민의 도움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교회와 시민은 국가와 행정부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국민의 생명이 존귀하게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게끔 철저하게 매의 눈으로 지켜보시고 날카롭게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합예배 후 유가족들과 인사하고 포옹하며 이들을 위로하는 예배 참가자들.
연합예배 후 유가족들과 인사하고 포옹하며 이들을 위로하는 예배 참가자들.


예배 참가자들은 이태원 유가족들의 위로를 구하는 기도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의 과정을 위한 기도, 교회의 반성과 연대의 다짐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이들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의 고통이 홀로 아파해야할 고통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끌어안아 치유해 나가야할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해달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큰 위로로 함께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은 죽음의 책임은 오로지 운이 나쁜 개인에게 돌아가 '사고'의 '사망자'가 돼버리고 말았다"며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제정돼,  왜 다중인파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왜 빗발치는 신고를 무시했는지, 왜 사건 당시 컨트롤 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억울함 속에 있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많은 한국교회가 차마 다시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들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회개하며 "한국교회가 공의로우신 주님의 정의를 따라 같이 분노하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교회가 되게 해달라"고 구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고하는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며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의 승리가 이들에게 임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예배 후 예배 참가자들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을 한 명 한 명 찾아 인사하고 포옹하며 그들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 부활절연합예배 헌금은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며, '10·29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등은 분향소 지킴이 활동과 추모 기도회 등 지속해서 다양한 연대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이다.

예배 후 참가자들은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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