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韓 불법감청'… 대통령실 "美와 협의할 것"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4. 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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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韓, 우크라 무기공급 논의"
김성한 전 안보실장 등 실명 등장
대통령실 "정부입장엔 변화없다"
한미정상회담 영향 미칠지 촉각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담긴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을 도·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 한국 정부 내에서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 전 실장은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다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 중 미국 국방부 문서에는 이 전 비서관이 김 전 실장에게 "미국의 탄약 제공 요청에 응한다면 정부가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압력과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와 같은 정보가 미국 정보당국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를 도청하는 데에 사용하는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보고에서 확보됐다는 표현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진본이 맞지만 일부 문건은 조작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도를 잘 알고 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 항의를 표시하거나 진상 파악을 위한 설명을 요청했는지'라는 질문에는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말했다.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 내부 논의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크라이나 관련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 있다.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보도 내용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해당 사안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덕식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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