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가짜뉴스 비판 “끝없는 거짓이 헌법정신 위협”

김승재 기자 2023. 4. 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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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VIEW] 尹, 부활절 예배서 가짜뉴스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통상 대통령의 부활절 메시지는 종교적 취지에 맞춰 ‘사랑’과 ‘기쁨’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거짓’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메시지를 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측근들도 목격돼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는 “집권 초부터 끊이지 않는 가짜 뉴스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윤 대통령과 여권 내 인식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있었던 이른바 ‘날리면’ 사건, 그해 10월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윤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들른 횟집이 ‘친일(親日) 식당’이라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해 “제가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의 헌법 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서 나온다고 했다”며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 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가짜 뉴스 문제를 헌법 수호와 성경적 ‘진리’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를 가만히 두고만 보다가는 민주주의 체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횟집에 대한 친일 논란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부산 해운대 ‘일광수산횟집’에서 전국 시·도지사, 장관,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 비공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후 일부 좌파 인터넷 매체와 야권 지지자 등을 중심으로 이 횟집이 친일 식당이라는 가짜 뉴스가 확산됐다. 횟집 이름에 들어간 ‘일광(日光)’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행정 구역이고,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니 일본과 관련 있는 식당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상식 이하의 거짓말이지만 일부 강성 야권 지지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일광수산횟집에 대한 별점을 1개만 주는 식의 ‘별점 테러’를 했고, 식당 평가에는 “윤완용(윤 대통령+이완용)이 나라 세금 가지고 회 처먹은 곳” 등의 글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이 다녀간 일광수산횟집 해운대점 점장 A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식당 이름은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 있는 본점 사장님의 고향인 ‘일광읍’에서 따 온 것”이라며 “일본과는 무관하고 특정한 정치색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불경기에 단체 손님이 수십 명 온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그렇게 높은 분이 올 줄은 몰랐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바빠 정치에 관심도 없는데 장사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가짜 뉴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도 “황당하다” “친일 논란은 언급할 거리도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만찬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한 지자체장도 “(친일 문제는) 입장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MBC는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한 발언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자막을 달아 보도해 논란이 됐다. 당시 MBC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 쪽팔려서’라고 했다고 자막을 냈지만, 대통령실은 실제 발언이 “(국회가 예산을) 날리면 쪽팔려서”라고 밝혔다. 야권 지지자들은 MBC 보도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국회와 바이든을 향해 비속어를 썼다고 주장하며 한미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변호사 등과 심야에 음주를 했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거짓 주장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은 가짜 뉴스로 판명 난 이후에도 사과하지 않았다. 더탐사는 이번에도 친일 횟집 주장을 하며 정치와 무관한 식당에까지 피해를 줬지만 아직 정정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자기 정치 성향에 따라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짜 뉴스는 계속 포털에 올라가 있으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본지의 올 초 신년 여론조사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자의 70%는 ‘사실일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자의 78%는 ‘거짓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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