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합병 ‘군함 시장 독점’ 새 변수
시장 독점 등 업계 내 논쟁…방산 특성상 독점 불가능 반론도
한화 “경쟁사 등 심사 훼방” HD현대중공업은 “통상적 절차”
한화그룹의 품에 안길 대우조선해양이 군함 시장에서 새 독점기업으로 떠오를지를 두고 업계 내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간 이후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기업결합 심사대상국 8곳 중 7곳의 경쟁당국이 두 업체 결합을 승인해 현재는 공정위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공정위는 한화·대우조선 결합이 군함 건조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들여다보고 있다. 군함·잠수함을 만드는 대우조선과 한화의 계열사가 한 식구로 묶이면 경쟁사의 입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핵심 쟁점이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용 레이더와 통신체계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함정 추진 및 무장체계를 만든다.
무기 시스템의 정확한 제원·정보는 제조사인 한화만이 알 수 있다. 이를 계열사가 될 대우조선에만 배타적으로 제공해 기술적 완결성이 높은 군함을 만들면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아울러 한화가 다른 조선업체에만 높은 부품 가격을 제시해 단가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방산 시장 특성상 특정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민간 시장과 달리 정부가 주도하는 방산 입찰은 무기체계·부품의 가격 정보를 모두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이 갖고 있다. 입찰공고·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전부 공개하기 때문에 개별 공급사가 특혜를 누릴 기회는 원천 차단돼 있다는 것이 한화 측 설명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레이더·함포 등은 정부가 그 단가를 하나하나 정확하게 알고 있고, 정부가 거의 가격을 정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HD현대중공업 같은 경쟁사들이 군함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자금난 때문에 군함 수주 영업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못했는데, 한화의 인수로 정상화하면 군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오는 5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을, 하반기에는 1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3번함 건조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오히려 국내 함정 분야의 건강한 경쟁력과 기술력 제고를 위해 (대우조선이 포함된) 공정한 경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가 심사를 앞두고 업계 의견을 묻는 통상적인 절차에 응했을 뿐, 기업결합에 훼방을 놓기 위해 일부러 의견를 낸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미 결합 승인을 내린 EU 등 7개국은 국내 군함 시장과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한국의 공정위가 해당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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