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표류 ‘재정준칙 법제화’ 4월 임시국회서도 불투명
시민단체 “경제 위기 때 정부 소극 대처밖에 못한다” 우려 여전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당초 정부 예측과 달리 4월에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준칙 법제화란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비율로 의무 유지하도록 법적으로 못 박는 것을 말한다.
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재정준칙 법제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단계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 적자 한도를 GDP의 -3%로 관리하고, 부채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기면 적자 비율을 -2%까지 낮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 당시부터 내세웠던 정책이다. 지난해 9월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으나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 처리에 밀려 사실상 상임위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올해로 넘어왔다.
기재부는 올해 초부터 재정준칙 자체만 놓고는 여야 할 것 없이 국회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올해에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의견차를 보이며 합의된 안을 도출시키지 못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린 지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관련 논의는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사실상 ‘패싱’되면서 이달에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 합의 난항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정준칙을 다른 법안에 대한 ‘협상카드’로 걸어두면서 사실상 합의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재정준칙 통과 조건으로 ‘사회적 경제법’(사경법) 제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에 합의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이 이에 대해 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자, 정부 일각에서는 야당이 일부 법안 문구를 수정하는 것을 전제로 4월 임시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후 기재부는 재정준칙 수정안을 만들어 지난달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시하는 조건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에 대한 시민단체의 우려도 여전하다. 재정지출을 법적으로 제한하면 경제 위기 등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소극적인 대처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GDP 대비 -3%와 60%라는 적자 및 부채 상한 기준이 최적의 규모라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정부가 국가부채 규모를 제한할 경우 반대급부로 오히려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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