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추진 과정과 내용은?
가로림만 갯벌 생태서비스가치 연간 1조원 넘어
'개발'보다 '보전'에 초점 둔 사업, 예타 면제해야
조력발전소 무산,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로 추진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은 멀리 조력발전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조력발전소 검토지시에 따라 정부는 1980년 가로림만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2006년과 2013년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했고, 2007년에는 조력발전소 건설 청사진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11년과 2012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가로림조력발전㈜이 사업 준비 기간을 늘려 사업추진 의지를 보였으나 2016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 발전소 건설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불거져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는데, 충남도가 수습에 나서 47개 마을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했고,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모색하게 된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은 전면적인 '개발'보다는 '보전'과 '활용'에 초점이 맞춰진 사업이다. 사업의 기본방향도 △새로운 유형의 국가해양정원으로 조성하여 글로벌 해양생태관광의 거점구축, △가로림만의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복원·보전 및 활용방안 마련,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전전략 수립 등 3가지로 정했다.
21세기형 새로운 친환경 친주민 개발전략
이 사업은 21세기형의 새로운 친환경 친주민 지역발전 전략이다. 갯벌을 메워 산업단지나 관광위락, 주거시설을 조성하던 것과 전혀 다른 방법론이 등장한 것이다. 생태를 파괴하고 훼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갯벌을 복원, 보전하고 이를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지역주민의 전통적인 생산방식(어업과 농업)도 유지하고, 여기에 더하여 관광서비스라는 새로운 산업도 도입하는 것이다.
사업내용은 서산시와 태안군 일원의 159.85㎢ 갯벌에 2,448억원을 투입하여 해양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갯벌생태계를 복원하고, 해양정원센터, 생태탐방로, 해양힐링숲, 생태학교, 해양문화예술섬, 점박이물범 전시홍보관 등을 추진한다. 갯벌을 보전하면서 육지에 관광과 휴양, 교육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은 해양수산부 해양신산업 혁신전략과 국토부 제5차 국토종합계획('20~'40)에 들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공약에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가로림만(해안선 162㎞) 일원이 국내 첫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지역주민과 서산시, 태안군, 충남도가 염원하고,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가로막고 있다. 지난 2022년 기획재정부가 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5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실시설계비 21억 5,000만원이 반영돼 있어 한국개발발원(KDI)에서 예타 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은 예타를 면제하거나 조사방법을 대폭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정원은 갯벌의 복원과 보전, 최소한의 활용을 전제로 한 사업으로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의 조사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가치가 연간 17조 8,121억원(2020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 생산과 오염물질 정화, 지진·해일 등 재해 저감, 관광과 휴양 등의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연안습지(갯벌) 면적은 2,482㎢(2018년 기준)이고 이중에서 가로림만이 159.85㎢로 6.44%를 차지한다. 대략 따져봐도 가로림만에서 연간 1조 1,471억원에 이르는 생태 서비스 가치가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가로림만은 세계자연보호연맹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등 402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갯벌의 무한한 가치 경제성 평가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예비타당성 조사에 이러한 갯벌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발로 누릴 편익도 중요하지만 보전으로 발생하는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됨으로써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 지역주민들이 계속 감수해야 할 마이너스편익(불이익)도 배려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발 맞춰 경제성 평가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은 기존의 순천만국가정원이나 태화강국가정원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했던 곳을 2015년에 국가정원으로 지정한 것이고, 태화강국가정원은 울산시내 도시근린공원을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국가해양정원(법률상 명칭은 국가해양생태공원)의 지정과 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가로림만이 본격적인 의미의 첫 국가해양정원이 되는 셈이다.
기재부와 해수부, KDI는 열려 있는 사고로 열악한 가로림만 연안 주민들의 경제환경을 개선하고 대통령 선거공약도 지킬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서산 주민 이태호씨(45)는 "갯벌을 보전하면서 최소한의 개발을 하자는 것인데 수익성을 따지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수십년 동안 갯벌을 지켜왔는데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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