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몰래 먹이는 ‘퐁당 마약’ 범죄 빈번…2차 범죄로 이어지지만 별도 처벌 규정 없어[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수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마약 음료 시음회’ 사건. 학생들에게 몰래 마약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은 검거됐고, 경찰이 배후를 추적 중이지만 정작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한 범죄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범죄는 ‘퐁당’이라는 은어가 생겼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로 술이나 음료수, 전자담배 등에 은밀하게 마약과 향정신성 약품을 타는 식이다. 프로골퍼 A씨는 지난해 7월 여성 동료에게 엑스터시를 숙취해소제라고 속여 먹게 한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충북 음성의 한 병원 행정원장 B씨는 지난달 24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간호조무사에게 졸피뎀을 몰래 음료에 타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성추행과 불법촬영을 저질렀다.
퐁당 마약은 주로 성범죄나 협박, 금전 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진다.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 일당도 학생들에게 마약을 먹인 뒤 학부모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현행법상 퐁당 마약을 법정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박진실 변호사는 9일 “법 규정이 없다고 해서 선고 시에 고려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퐁당 마약에 대해선 법적 공백이 있다”고 했다. 마약을 복용케 해 생리적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형법상 상해죄 등을 적용한다. 성범죄 등 2차 범죄에 대해선 별도 죄목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은 없다.
전문가들은 퐁당 마약을 근절하려면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희준 변호사는 “(마약을) 받는 사람이 마약인 줄 몰랐을 경우 이를 마약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퐁당 마약이) 워낙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투약할 때보다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별도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퐁당 마약을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투약·제공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내용이다.
죄질이 특히 나쁜 퐁당 마약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변호사는 “(퐁당은) 자기 의사에 반해서, 양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채 갑자기 신체나 정신에 엄청난 충격이 오는 것”이라며 “몰래 먹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줄 수 있고 실제로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트라우마에 오래도록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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