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 원주 시내의 초등학교 인근서 제조…中거주 한인이 지시”

송유근기자 2023. 4. 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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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마약 성분이 담긴 이른바 '필로폰 음료'를 고등학생들에게 속여 마시게 한 일당 중 '중간 관리책' 2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100병 중 18병 피해자들에게 전달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필로폰 음료 제조 및 배포를 지시한 인물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A 씨를 지목했다.

● 중국 거주 한국인 지시책 추적 경찰은 '실행조' 4명은 범행의 실체를 모른 채 고등학생들에게 음료를 권한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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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마약 성분이 담긴 이른바 ‘필로폰 음료’를 고등학생들에게 속여 마시게 한 일당 중 ‘중간 관리책’ 2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중국에서 중간 관리책에게 범행을 지시한 한국 국적 ‘지시책’의 신원을 특정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공안 협조를 받아 범행을 전체적으로 기획한 ‘총책’이 누군지 밝혀낼 방침이다.

마약 음료.(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 100병 중 18병 피해자들에게 전달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필로폰 음료 제조 및 배포를 지시한 인물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A 씨를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있어 정확한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강원 원주시에 거주하는 길모 씨에게 국제택배를 통해 음료통을 보낸 후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길 씨는 강원 원주시의 한 주택가에서 마약을 우유 등 음료에 섞어 필로폰 음료를 제조했다고 한다. 경찰은 “음료에 포함돼 있던 필로폰과 엑스터시는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갖다 주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통해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A 씨가 거래를 했고 길 씨는 전달받은 장소에서 마약을 가져오기만 한 걸로 조사됐다. 마약 판매상도 범행에 대해 모른 채 단순히 거래만 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음료 제조를 마친 길 씨는 A 씨의 지시에 따라 퀵서비스와 고속버스 택배 등을 이용해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활동한 ‘실행조’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퀵서비스를 의뢰한 발신지를 추적해 길 씨의 주거지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메가 ADHD’ 표시가 있는 빈 음료병과 우유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100여병 중 18병이 대치동 학원가 등에서 배포된 것으로 파악했다. 남은 80여 병 중 30여 병은 압수했고 일당들로부터 “(압수되지 않은) 나머지는 모두 버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를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4.9 (서울=뉴스1)


● 중국 거주 한국인 지시책 추적

경찰은 ‘실행조’ 4명은 범행의 실체를 모른 채 고등학생들에게 음료를 권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이 음료를 마신 학생들로부터 받은 부모 연락처를 전달받은 A 씨가 중국 조직을 동원해 협박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추가로 검거된 ‘중간 관리책’ 김모 씨는 인천에 중계기를 설치해 중국에서 협박범들이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건 발신번호를 국내번호로 조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경찰은 길 씨에 대해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 씨에 대해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7일 붙잡아 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실행조 4명과 중간 관리책 2명을 붙잡은 경찰은 중국 공안에 협조를 요청하며 지시책 A 씨의 행방을 쫓는 한편 또 다른 공범을 찾는 것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우회 인터넷주소(IP) 등을 이용해 “4시간에 15만 원을 주겠다”며 고액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실행조를 모집한 이들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집책이 실행조에게 전화했을 때 사용한 번호와 협박범이 피해자 부모에게 전화했을 때 쓴 번호는 별개”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의 새로운 범행 수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총책이 지시책 A 씨를 통해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학부모 1명과 학생 7명 등 총 8명으로 전날보다 1명 더 늘었다.

송유근기자 big@donga.com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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