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의료법 중재안 내겠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엔 “그 얘기는 안 나왔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9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두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그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지난 7일 윤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 처음 열린 고위당정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11일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해 관련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권한 및 책임을 넓히는 법안이다. 현 의료법은 간호사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하지만,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간호 인력 면허,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양성 및 수급 등 사항을 독립적으로 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중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다.
여권의 간호법·의료법 중재안 마련은 협치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이런 움직임 없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대한 부정 평가 여론이 높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간호법 제정 숙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데다, 여론 지지가 높은 의료법 개정에 섣불리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여건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 수석대변인은 “지금까지는 야당의 일방적인 본회의 회부가 있었다. 거기에 대해 우리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4월11일에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들어 중재안을 제시하고, 그 중재안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중재안 제시 이후) 구체적으로 다음 단계에 어떻게 갈지에 대해서는 당 정책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건은 중재안의 내용이다. 여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내도 야당 안과 너무 큰 입장차를 보이거나, 의료법의 면허 취소 조건을 크게 후퇴시킨다면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럴 경우 여권의 중재안 제안은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정은 또 서민·청년 정책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전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오늘 주요 논의 주제는 천원의 아침밥이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와 협의해서 희망하는 전 대학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농식품부와 대학이 아침밥을 거르는 대학생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 학생이 각각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8일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 중인 경희대 서울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과 식사를 함께한 뒤, 7억2800만원 수준의 아침밥 지원 예산을 15억77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재추진에 대해선 “직불금을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고, 농민 지원을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농민의 삶을 낫게 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발굴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정은 예산 낭비 및 시민 불편 사례로 지적된 ‘정당 현수막 홍수 사태’와 관련해 신속한 개정안 입법, 발효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조문희·이두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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