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만나다] 이젠 ‘마약 음료’까지…‘청정국’은 없다
[앵커]
이번 주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앞서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음주운전 사고와, 강남 납치 살해 사건 수사 속보를 전해드렸고, 또 다른 사건이죠.
이른바 '마약 음료' 사건을 '뉴스를 만나다'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제 옆에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을 맡았었고, 오랜 기간 강력부 검사로서 마약 수사를 했던 김희준 변호사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먼저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하고 있는지, 잠시 사회부 윤아림 기자의 보도를 보고 오겠습니다.
[리포트]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중국에 근거지 둔 '조직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우유와 빈 병 모두 중국에서 배송된 것으로 파악됐고, 우유에 필로폰을 섞은 혐의를 받는 길 모 씨가 "중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부탁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피해자들에 대한 협박 전화 역시 중국에서 걸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피해자 일부가 '조선족 말투를 들었다'고 말한 점과 체포된 중간책이 전화번호를 조작하는 중계기를 설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일당 일부가 특정됐고,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경찰은 길씨가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필로폰 판매책과의 연관성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들 외에 구인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마약음료' 유포를 지시한 중간책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내일(10일) '마약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어 종합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고, 체포된 중간책 2명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내일 오후 열릴 예정입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앵커]
수사 속보를 봤는데 이번 범행이 대담한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마약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자발적으로 학생들이 마약을 구매한 것도 아닌데 이걸로 학부모들에게 협박 전화를 해서 돈을 뜯어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겠느냐.
이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던데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답변]
저는 범행 수법이라든가 범행 지역 선정, 그리고 범행 피해자 선정을 봤을 때 굉장히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유층이 많은 강남 지역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고요.
그 다음에 한창 성적에 관심이 많고, 또 자식이라면 무엇이든지 내줄 수 있는 그런 학생들과 부모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본인이 의도치 않게 마약을 먹은 경우, 이번 경우가 그런 거죠.
성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은 안 받는 거죠.
[답변]
형사 처벌 안 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잘못 알고 있어가지고 경위야 어찌 됐든 간에 내가 마약을 투약을 하면 처벌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절대 거기에 끌려 다니면 안 됩니다.
절대 처벌 안 받습니다.
[앵커]
앞서 보도를 보면 총책이 지금 중국에 있는 걸로 보입니다.
보이스피싱하고 매우 유사한 구조인 것 같고. 그런데 중국에 있는 그 총책은 체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아무래도 국내에 있는 것보다는 중국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 체포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제 중국에 있다는 그 총책이 한국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는 아직까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데 만약에 한국인이라면 즉각적인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고요.
인터폴 적색 수배를 해야 됩니다.
그래야만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 수사 당국과 우리나라 수사 기관 간에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앵커]
그 부분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문제의 마약 음료를 국내에서 만들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유에다 필로폰을 섞었다는 얘기인데.
지금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마약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게 더 많습니까, 아니면 외국에서 은밀하게 들어오는 게 더 많습니까.
어떤 게 더 많습니까.
[답변]
요즘에는 국내에서 제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대부분은 동남아라든가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이 되고 있습니다.
(그게 더 압도적으로 많다?)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앵커]
그러면 결국에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그거를 걸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은가 보죠?
[답변]
그게 굉장히 어려운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국제 특송화물, 국제 화물들을 전수 조사를 하면 다 걸러낼 수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인력이라든가 예산에 비추어 봤을 때 불가능합니다.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
예. 그래서 현재 방식은 표본 조사만 하고 있거든요.
[앵커]
그럼 우리가 보는 모습, 마약탐지견이 냄새를 맡거나 엑스레이로 들여다본다거나 이런 것도 다 표본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겁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관세청에서 담당하는 인력 자체가 불과 50~60명밖에 안 되거든요.
그 정도 인력을 가지고 전국에 있는 공항이나 항만의 모든 화물을 다 검색하고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앵커]
마약 사범이 매우 늘고 있어서 관련 통계를 잠깐만 같이 보고 갈까 하는데요.
2017년에는 만 4천 명 정도 됐는데 2022년 지난해에는 만 8천 명을 넘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고.
다음 거를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작년에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또 10대도, 물론 20~30대에 비해서는 적기는 하지만 저렇게 480여 명이나 돼요.
저게 우리나라의 현실인데.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항만이나 공항에서 걸러지지 못한 측면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래프에서 보듯이 마약 사범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는 것은 그럼 결국에는 유통 과정에서 옛날과 지금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렇게 봐야 되는 겁니까.
[답변]
지금 마약 유통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거든요.
예전에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 대면 거래를 위주로 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SNS라든가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통계에도 나와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마약 범죄의 주된 연령층이 40대였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20대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 10년 동안 열두 배 증가했어요.
그런데 저기 나온 숫자가 전체 마약 범죄를 다 대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적발된 것만 이야기하는 거죠.)
적발된 것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마약 범죄가 대표적인 암수범죄이지 않습니까.
[앵커]
SNS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그런 유통이나 거래. 이런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닐 텐데.
어느 나라나 골치 아픈 부분일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특히 더 어려운 점이 있습니까, 수사나 단속 과정에서?
[답변]
사실 우리나라 IT 강국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아무래도 SNS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능숙합니다.
(더 활발하다.)
예, 그래서 이제 텔레그램 마약방이라든가 각종 SNS를 통해서 마약을 구매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는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그래서 수사나 단속을 앞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이냐, 이 부분이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마약수사청 신설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에 이게 있다면서요.
[답변]
미국은 DEA라고 있죠, 마약 수사청이.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마약 수사 기능이 다 흩어져 있습니다.
검찰, 경찰, 관세청 이런 식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수사가 어렵고요.
또 지난해에 수사권 조정이 되면서 마약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위가 검경 간에 나눠졌어요.
그렇다 보니 더욱더 효율성이 떨어진 상황이 된 거죠.
[앵커]
검경 간의 수사 범위가 나눠지게 됨으로써 어떤 연계되는 측면, 수사가 연결되는 측면이 미흡해졌다?
[답변]
그렇습니다.
마약 수사는 계속 연결되는 구조거든요.
투약 사범부터 공급 사범, 밀수 사범, 제조 사범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그걸 일도양단으로 끊어가지고 나눠서 수사를 하게 되면 수사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그럼 만약에 마약수사청을 신설하게 되면 그걸 통·폐합해서 한 군데에서 종합적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는 건가요.
[답변]
그렇죠. 훨씬 더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는 거고 또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마약수사청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 생각에는 마약청을 만들어서 단순히 수사라든가 처벌에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예방 교육이라든가 치료, 재활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인데 방금 전에 치료·재활 얘기를 하셔서.
우리가 오늘(9일)은 범죄와 수사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치료·재활 시설도 매우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상황입니까.
[답변]
지금 우리나라에 보면 21곳 정도가 치료·재활 병원으로 지정이 돼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곳은 2곳 정도밖에 없습니다.
(왜 다른 곳은 가동이 잘 안 됩니까.)
예산 부족도 있고요.
사실 마약과 치료·재활이라는 게 병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다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 아니거든요.
그렇다 보니 그런 업무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적인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되겠죠.
[앵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희준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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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기자 (jaese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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