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아침 골프연습에 저녁 산불 뒤섞기까지…KBS 악의적 왜곡 못 참아"

한기호 2023. 4. 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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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행동 언론비판은 달게 받겠다, MBC 보도 땐 이유불문 사과했지만"
"KBS 악의적 허위보도는 달라…'3월18일 산불 때도 골프' 썼다가 7차례 수정"
포털 '어뷰징'도 지적 "김진태 죽이기 의심"…오늘 KBS 보도책임자 등 고소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해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홍천 산불 발생 와중 술자리를 갔고, 앞선 18일에도 평창 산불 진압 중 골프연습장을 갔다'고 단정했다가 수정을 거친 4월7일자 KBS 보도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월7일 강원도청은 대변인 입장문과 함께, 3월 18일·31일 평창군과 홍천군 각각의 산불 발생시각 등이 적시된 강원도산불방지대책본부의 산불 진화 완료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국민의힘 소속)는 9일 자신이 지난달 '산불 도중 술자리를 갖고 골프 연습도 했다'는 공영방송 KBS 보도가 사실관계 문제로 7차례 수정됐다고 지적하면서 "지난번 MBC 보도 때는 이유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사과했으나, 악의적 허위 보도의 경우는 다르다"고 정면 반박했다.

김진태 지사는 이날 오후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근무 중 행동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달게 받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1일 홍천 산불 진화 막바지(오후 6시1분 주불 진압), 업무 종료(오후 6시)를 30분 앞두고 춘천에서 자주 찾던 골프연습장을 갔던 정황을 지적한 이달 3일자 MBC 보도엔 고개를 숙였지만 KBS 보도의 경우는 사실 왜곡이 적지 않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김 지사는 "결국 국민에게까지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진실을 밝히는 게 공직자의 의무라 생각한다. 지난 7일 KBS보도가 그같은 경우"라고 했다. <김진태 골프친 뒤 술자리도…18일 산불 때도 '골프'>라는 제목이었으나, <'산불 골프' 김진태, 술자리까지>로 바뀐 보도를 가리켰다. 당초 '김 지사가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홍천 산불 발생 와중 술자리를 갔고, 앞선 18일에도 평창 산불 진압 중 골프연습장을 갔다'고 단정한 내용에서 수차례 정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제목부터 '김진태…18일 산불 때도 골프'였다. 이걸 보는 사람은 제가 산불이 나고 있는데 골프장에 간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골프연습을 한 지난달 18일 아침) 당시엔 산불이 나지도 않았고, '골프장'이 아니고 '연습장'이었다. 그날은 토요일로서 오전 7시경 연습장에 간 일이 있고, (평창군 진부면 신기리) 산불은 오후 4시38분에 발생해 대략 9시간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초보도 이후 KBS는 무려 일곱번 기사를 수정했다. 앞에 쓴 기사가 잘못된 것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사 제목이 '산불 때'에서 '산불난 날'로 바뀌고 다시 '산불 와중'으로 바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발생한 평창군 진부면 신기리 산불 진압 도중 도지사가 골프연습을 한 것처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가, 시점을 하루에서 여러 날로 넓혀 선후(先後)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골프 연습은 아침에 했고 산불은 저녁에 났는데 뒤섞여서 아주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며 "애매한 표현을 써서 나중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강원도청은 지난 7일 대변인 입장문에서 강원도산불방지대책본부 보고서 등을 인용하며, 3월18일 오전 골프연습 이전 상황에 관해서도 "도내에는 16일 밤부터 18일 오전까지 일체 산불이 없었다"고 해명했었다.

'산불' '골프' 등 단어만 앞세운 데다, 부정확한 보도를 비정상적으로 양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지사는 "더 심각한 것은 어뷰징(abusing)이다.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것"이라며 "언론계에서 금기시하는 행위고 이런 행위로 포털에서 퇴출된 언론사도 잇는데, 현재 인터넷 포털엔 그 기사가 5개 올라와 있고, KBS 유튜브엔 6개 올라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건 난생 처음 본다. 이 정도 되면 언론의 외피를 썼으나 실상은 '김진태 죽이기'라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저는 지금 막 (KBS 본사 소재지 관할인)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KBS 취재기자와 성명불상의 보도 책임자를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KBS가 이럴 수는 없다. 더 이상 실망을 주지 말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김 지사는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에서 3월31일의 행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서 추가 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속초 식목일 행사 후 도청 복귀 대신 1시간짜리 연가를 내고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해명이 나왔던 것에 대해 그는 "퇴근 시간 30분을 남기고 '조퇴'를 신청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MBC에서 취재가 시작되니 (도청) 직원들이 규정에 맞게(맞추려) 조퇴로 처리를 한 모양"이라며 "다시 지우라고 할 수 없어 내버려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골프 연습 후 술자리'라고 보도된 대목의 경우, 도 대변인이 지난 7일 입장문으로 "3월31일 발생한 원주 산불은 오후 4시7분, 홍천 산불은 오후 6시1분 진화가 완료됐고 (KBS) 보도에 언급된 만찬은 산불 진화 후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 지사 측은 해당 '만찬'이 업무협의 목적을 겸한 개인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 지사는 당 지도부에서 KBS 보도 당일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엔 "진상을 알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어떤 것이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7일 국민의힘은 윤희석 대변인 명의로 "KBS의 보도와 관련해 김기현 당대표는 중앙당 당무감사실을 통해 보도된 내용의 진위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할 것을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며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에 대해 일체의 관용 없이 일벌백계로 임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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