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100골 손흥민, 4골 더 넣으면 ‘우상’ 호날두 넘는다
9일 끝난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토트넘과 브라이턴전. 토트넘 손흥민(31)은 전반 10분 페널티 지역 바깥 왼쪽에서 가운데로 공을 툭툭 치고 올라가다 오른발로 감아 찼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구석에 꽂혔다. EPL 통산 100호 골. 이른바 ‘손흥민 존(zone)’으로 불리는 페널티 지역 모서리에서 시작한 득점이었다. 대기록을 작성한 뒤 그는 사진을 찍는 듯한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 대신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달 1일 별세한 외할아버지를 기리는 추모 동작이었다. 토트넘은 브라이턴을 2대1로 꺾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흥민은 양발을 활용해 공을 감아 차 골망을 흔드는 법을 수없이 연습했다. 하루 1000개씩 때린 날도 있다. 그 진가가 오늘도 발휘됐다. 손흥민의 100골은 EPL 전체에선 34번째 기록이다. 오른발로 55골, 왼발 41골, 머리로 4골을 기록했다. 역대 EPL 아시아 선수 득점 2위는 박지성(19골), 3위는 기성용(15골)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호주 출신까지 계산하면 마크 비두카(92골)가 있다.
페널티킥과 프리킥이 각각 1골뿐이고 나머진 다 필드 골이란 점도 특별하다. 팀 동료 해리 케인은 페널티킥이 32골이다. 시간대별로는 막판으로 갈수록 강했다. 후반 16~30분 21골, 31분~종료까지 23골을 터뜨렸다. 전체 득점의 44%가 경기 후반부에 나왔다. 영국 BBC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 23골 중 18골을 후반에 넣었다”며 “체력과 침착함은 후반으로 갈수록 지친 수비진을 공략하며 빛을 발한다”고 전했다.
100호 골을 터뜨린 날 동료들은 손흥민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퍼부었다.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해리 윙크스(27·삼프도리아)는 “활기차고 사교적인 그는 토트넘 구단의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한다. 그가 토트넘에서 해낸 일은 환상적이며 그는 클럽의 영웅이자 전설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동료이자 절친 무사 시소코(34·낭트)는 “손흥민은 항상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하며, 넘치는 에너지로 모두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려고 노력한다”며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소니(손흥민의 애칭) 같은 선수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인간”이라고 했다. 손흥민과 45골을 합작한 케인은 소셜미디어에 “100골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며, 우리도 그를 자랑스러워한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EPL 사무국은 인스타그램에 ‘축하합니다 손흥민 선수!’라고 한글 메시지를 띄웠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지금까지 EPL에서 260경기에 나서 100골을 넣었다. EPL 100골을 달성한 현역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8명. 바로 위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가 있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리그에서 통산 498골을 넣은 호날두는 EPL에서는 236경기 103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8경기가 남아 있어 손흥민이 조만간 호날두를 넘어설 수도 있다. 6위는 세네갈 골잡이 사디오 마네(31·바이에른 뮌헨). 263경기 111골을 기록했다. 2018~2019시즌 골든부츠(득점왕·22골)를 거머쥐기도 했다. 마네는 지금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뛴다. 5위는 라힘 스털링(29·첼시). 341경기 113골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손흥민(0.38골)이 스털링(0.33)을 앞선다.
손흥민 100호 골은 단지 골만 챙긴 게 아니라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달성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현재 50도움을 기록 중인데 EPL에서 ‘100(골)-50(도움)’을 넘어선 현역 선수는 리버풀 무함마드 살라흐(31·132골 54도움)와 스털링(58도움), 손흥민뿐이다. 현역 득점 1위 해리 케인(30·토트넘)은 312경기 206골 45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은 EPL 전설들도 제쳤다. 뤼트 판니스텔로이(47·은퇴)는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95골(150경기)을 넣었다. 국내 팬들에겐 ‘박지성 절친’으로 유명한 그는 선수 말년 함부르크(독일)에서 뛰며 당시 유망주였던 손흥민을 만나 “재능 있는 동료 손흥민을 주목하라”란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올리비에 지루(37·AC밀란)는 아스널과 첼시에서 총 9시즌을 뛰며 255경기 90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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