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방미 앞두고 'CIA 감청 의혹' 논란… 정부는 일단 '차분한 대응' 방점

노민호 기자 2023. 4. 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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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필요한 협의 진행하겠다"면서도 "한미 신뢰는 굳건" 강조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2.11.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 당국자들을 상대로 한 미국 정보당국의 '불법 감청' 의혹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한 미국 측과의 "협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도 일단 '차분한 대응' 쪽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해당 사안이 확대 재생산될 경우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사진 파일 형태로 대량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 중엔 작년 2월부터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와 관련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요 동맹·우방국들을 상대로 한 도·감청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

NYT는 유출된 문서 중 최소 2건에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깨고 미국을 통해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 사항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 당국자들이 우려했단 내용도 해당 문서에 들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문서엔 정보 출처가 '신호 정보(SIGINT·시긴트) 보고'라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 CIA가 불법 도·감청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일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WP는 관련 문서에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3월 초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요구에 고심했다"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서방 무기의 주요 통로인 폴란드에 포탄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류를 지원하면서 155㎜ 포탄 재고가 부족해지자 한국산 포탄을 수입해 부족분을 메운 적이 있다. 한미 양측은 올 초에도 이 같은 방식의 포탄 지원을 협의했다.

ⓒ News1 DB

이런 가운데 정부 안팎에선 해당 문서 내용의 진위 여부 논란과 별개로 실제 미국 측의 관련 정보 수집에 도·감청 등 불법적 수단이 활용됐다면 '내정간섭' '주권침해' 등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출처가 불분명한 외신 보도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언론 대응 원칙을 깨고 관계자들을 통해 서둘러 '정리된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NYT 등의 해당 보도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 "(보도된 내용을) 잘 안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 전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며 대응책을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같은 날 "관련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번 보도 논란과 관련해 일단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도·감청 의혹을 포함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신뢰는 굳건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따른 확장억제 실효성 제고 등 한미 간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더불어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이 오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임할 예정인 점 등을 두루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 측이 우리 당국자들을 상대로 한 불법 도·감청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재발 방지 약속 등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는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70년 동맹'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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