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로아 팝업스토어, 유저 배려는 야박
이디야 부산 달맞이고개 지점에 문을 연 로스트아크 모코코 팝업스토어는 첫날인 8일부터 2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주최 측이 준비한 한정 굿즈는 모두 소진됐다. 여타 팬 페스티벌보다 규모가 작은 행사였는데 수많은 사람이 방문한 모습을 보니까 로스트아크 팬 입장에서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역대급 흥행에 마냥 취해 있을 순 없었다. 방문객들의 불편을 야기한 것들이 속속 보인 탓이다. 후기를 남긴 방문객들도 대부분 불만을 표했다. 다음 행사에서 더 좋은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도록 확실한 피드팩 반영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게임 행사인데 왜 이렇게 난리야", "게임 팝업스토어 행사니까 퀄리티가 부족할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게임을 즐기지 않은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로스트아크 팬이라면 다시 생각해야 할 발언이다.
파이널판타지14 개발을 총괄하는 요시다 나오키 스퀘어에닉스 PD는 게임이 하나의 문화적 가치 콘텐츠로 발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글로벌 팬 페스티벌에서는 기자 취재 공간과 임직원 휴식 공간을 최소로 줄이면서까지 유저 편의 공간을 더 마련한다.
일례로 과거 기자가 글로벌 팬 페스티벌 취재 당시 더 좋은 풍경을 사진 속에 담기 위해 위에서 행사장을 넓게 조망할 수 있는 마도아머 조형물 탑승을 대기하고 있었다. 이 때 마주친 요시다 나오키 PD가 인터뷰에서 봤던 기자를 알아보고 "유저들의 행사를 방해하지 말라"며 끌어낸 적도 있다.
"게임 행사니까 원래 그래"가 아니라 유저들을 위해 게임사는 사소한 행사라도 최고의 퀄리티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유저들도 이를 위해 게임사에 무차별 비난이 아닌 진심 어린 피드백을 전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이디야 팝업스토어에서는 아침 일찍 현장 대기열에 합류해 10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한 방문객이 수두룩하다. 사실 게임 행사가 아닌 그 어떤 분야 행사라도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늘 "유저와 만들어 가는 게임"이라는 슬로건을 강조한다. 금강선 전 디렉터는 "게임을 종합 문화 예술로 발전시키기고 싶다"고 말했다. 로스트아크는 앞으로도 수많은 이벤트를 선사할 것이다. 더 좋은 이벤트를 제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코코 팝업스토어의 문제점 6가지를 정리해봤다.
① 여유 없이 준비한 '행사장'
기자는 현장에 9일 오전 2시 30분쯤 도착했다. 행사장은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었다. 팝업스토어 직원 설명에 따르면 8일 오후 8시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여러 변수로 작업이 지연됐다.
수시로 행사장 작업 현황을 지켜봤다. 오전 8시, 오픈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적어도 3~4시간 전에는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어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법이다.
만약 이디야 부산 달맞이고개 지점의 전날 장사가 인테리어 작업 시작에 영향을 미쳤다면 미리 주최 측에서 행사장 준비를 위해 전날 양해를 구하거나 행사장 대여를 전날까지 하는 것이 옳다.
내부 정비 작업에 바쁘니까 당연히 방문객을 케어할 인력이 없다. 만약 행사장 작업이 3~4시간 전에 끝났다면 추운 날씨에 기다리는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건네거나 번호표를 빠르게 제공해 따뜻한 곳에서 기다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을 것이다.
실제로 다음날 10일에는 기다리는 방문객들에게 커피를 제공했다는 제보도 전해졌다. 행사장 준비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여유롭게 방문객 케어가 가능한 것이다.
② 오락가락 기준 없는 '한정 판매'
모코코 키캡과 모코롱이 대표적이다. 굿즈 판매 직원은 모코코 키캡 매물이 보이는 데 품절이라며 판매하지 않았다. 방문객들의 제보에 따르면 다음날 판매해야 할 물품이라 판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입장한 방문객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해당 물품을 다시 판매했다. 한정 굿즈를 앞 번호 방문객이 구매하지 못하고 뒷 번호 방문객들이 구매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모코롱 세트 구매 시 증정하는 핀세트 3종 세트도 마찬가지다. 모코롱 세트가 모두 소진되어 일부 방문객들은 모코롱 세트 가격을 지불할 테니까 핀세트 3종 세트만 달라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핀세트 3종 세트만 구매한 방문객도 있다.
같은 행사장 안에서 누구는 가능하고 누구는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일관되지 않은 직원들의 대처로 앞선 번호표가 행사장 준비 시간이 지연된 만큼 일관된 방향성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③ 혼잡을 야기하는 '동선'과 '굿즈 판매 방식'
기자에게 모코코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아쉬웠던 요소를 지목하라면 '동선'과 '굿즈 판매 방식'이다.
먼저 입구는 번호표를 받는 방문객과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표시가 안 되니까 직원들도 번호표 인원과 입장 인원을 분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인력이 불필요한 지점에 계속 소모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굿즈 구매자들과 교차한다. 굿즈 판매대를 입구 앞에 배치한 탓이다. 왜 이렇게 배치했을까 너무 아쉬웠다.
행사장 배치와 함께 굿즈 판매 방식이 대기열을 해소하지 않은 핵심 요인이었다. 행사장에는 15종 정도 굿즈가 판매됐다. 이것을 방문객이 굿즈 판매 직원에게 하나씩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코코 그립톡 주세요"라고 말하면 모코코 그립톡이 3종류라 직원은 "어떤 색인가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검은색 폰 케이스 주세요"라고 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검은색 폰 케이스가 2종류니까 외형을 하나씩 물어봐야 한다.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센스 있는 방문객은 미리 휴대폰으로 기록해 직원에게 보여줬다. 직원은 고맙다는 듯이 휴대폰을 보며 굿즈를 꺼내줬다. 현장에서 리스트를 제공해서 표시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면 훨씬 더 원활한 판매가 가능했을 것이다.
터무니 없이 부족한 수량도 문제였다. 모코코 팝업스토어에서는 키링, 키캡, 폰 케이스, 무선 이어폰 케이스 등 실용적인 굿즈들로 구성했다. 여타 굿즈보다 인기가 더 높은 이유다. 만약 온라인 예약제로 굿즈 필요 수량을 미리 파악한 후 준비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④ 일부 유저 일탈 방기한 '웰컴 굿즈 운영'
워낙 많은 방문객이 몰려 정신 없는 상황이라 직원들도 방문객들 케어에 급급했다. 수시로 상황을 묻는 경찰들 문의도 대응해야 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입구에 들어서면 한정판 웰컴 굿즈를 1개씩 종이봉투에 담아 가져가라고 말했다. 다른 상황을 케어하기 위해 구두로만 말하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기자는 "비양심 방문객이 충분히 웰컴 굿즈를 다수 챙길 수 있는 구조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를 자랑스럽게 인증하는 방문객이 나타났다. 당연히 1개씩만 가져가라는 규정을 어긴 비양심적 방문객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해야 한다.
저녁 시간에는 직원들이 직접 웰컴 굿즈 수령 현황을 감시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이미 비양심 방문객과 안일한 대응으로 후순위로 입장한 유저들은 웰컴 굿즈를 온전하게 받지 못했다.
⑤ 가장 큰 논란 거리 '지인 찬스'
기자는 오전 4시 20분부터 줄을 섰다. 당시 순서는 82~83번이었다. 동료 기자가 앞에 몇 명 있는지 직접 확인했다. 기자가 받은 나우 웨이팅 대기번호는 85, 86이다. 차량에서 교대로 대기 중인 방문객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번호를 받았다. 입장할 때도 큰 문제 없이 순서에 맞춰 입장했다.
굿즈를 구매하고 현장을 30분 정도 지켜봤지만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다만 커뮤니티에선 새치기 이슈가 거론됐다. 지인을 통해 앞에 선 방문객과 일반 방문객인 척 입장한 후 웰컴 굿즈 수령·해시태그 이벤트를 참여했다는 제보다.
(대기열을 무시하고 무단으로 입장해 웰컴 굿즈 수령·해시태그 이벤트를 참여한 방문객은 4월 10일 오전 12시 23분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에 해명문을 게재했다.)
지인 찬스 사건의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번호표를 뽑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입구에 있는 직원이 "앞에 지인이 있어도 함께 입장할 수 없다"며 제재한 것은 사실이다.
제보자 측은 스마일게이트가 쓰인 명찰을 달고 있었다고 했지만 스마일게이트에 문의한 결과 현장에서 스마일게이트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은 없었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들은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⑥ 감성적인 배려가 필요한 '후속 조치'
현장에는 오픈 전부터 정말 많은 유저가 줄을 섰다. 인원으로는 1500명을 충분히 넘었고 거리로만 계산하면 600m 이상이다. 새벽부터 온 방문객들은 추위에 떨면서 기다렸고 오픈 시간에 맞춰 온 방문객들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땀을 흘려가며 기다렸다.
1차적 문제는 번호표를 빠르게 제공하지 않았다. 슈마커 팝업스토어는 꽤 이른 시간에 번호표를 제공해 방문객을 분산시켰다. 이번에는 오픈 20~30분 전부터 번호표를 발행했다. 번호표 발행 기기를 1대만 준비해 대기열 감소 시간이 늦어졌다.
일부 방문객들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마냥 기다리게 할 거냐고 직원들에게 지적했다. 얼핏 봐도 굿즈 구매를 기대하고 온 방문객이 대다수일 텐데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방문객이 훨씬 많을 거로 예상됐다. 오픈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서야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 팝업스토어 이용이 어렵다는 팻말을 걸어놨다. 오픈 시간에 맞춰왔을 뿐인데 시간을 낭비한 방문객이 대거 발생했다.
당연히 후순위 번호표 방문객들은 원하는 굿즈는 커녕 웰컴 굿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방문객도 보였다. 선택의 문제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선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방문한 소중한 유저들이다.
한정 판매 굿즈 수량이 약 600개라고 가정했을 때 600번 이후 번호표를 받은 방문객들에게는 인증을 거쳐 '배틀 아이템', '고급~전설 카드 팩' 정도 소소한 게임 아이템을 선물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크겠지만 "게임사가 팬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네"라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이번 팝업스토어 문제점을 로스트아크 수석팀장들이 인지하고 빠르게 개선 조치를 시행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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