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도를 믿으세요?”… 대학가 노리는 사이비 주의보
'동아리' '설문조사' 등으로 위장해 포교 활동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넌 왜 지레 겁을 먹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등장한 대사로 요즘 유행하는 말이죠? 라노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지레 겁을 먹어요. 라노가 만만하게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포교 활동의 대상으로 거의 점찍어진 수준이거든요. 지금은 노련하게 넘기지는 못해도 적당히 무시할 줄은 알게 됐지만, 학생 때는 정말 여러 번 끌려갔다 나왔거든요. 학교 앞, 지하철역 앞에서는 물론이고 그냥 길을 걸어가는데 일방적으로 끌려간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모르는 누군가가 말을 걸면 무시하고 지나가기 바빠요. 또 이상한 곳으로 끌려갈 것 같기 때문이에요.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가 방영되면서 사이비 종교 문제가 다시금 사회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가 전국 주요 대학 동아리를 통해 포교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학 캠퍼스는 ‘사이비와의 전쟁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캠퍼스만큼 포교 대상에 접근하기 쉬운 공간이 없죠. 학교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은 포스터 등이 곳곳에 게시돼 있고, 문화행사나 봉사활동을 매개로 한 포교가 이루어집니다.
라노의 취재 결과, 대학가에서 활동을 하는 사이비의 포교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동아리로 위장한’ 포교 활동과 ‘설문조사 등으로 위장한’ 포교 활동이죠. 동아리를 통한 포교 활동을 하는 사이비들은 보통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을 노립니다. 동아리 및 학과 활동을 기반으로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겠다며 다가올 경우, 새내기는 사이비의 접근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수능이 끝난 이후부터 오리엔테이션까지의 기간 동안 새내기들은 사이비의 집중 타깃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건전한 종교 동아리와는 달리 사이비는 자신들의 정체를 위장하거나 거짓말로 다가오기 때문에 분별이 어렵죠.
먼저 라노의 경험담을 풀어볼까 합니다. 라노가 대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의 이야기죠. 라노는 학교 앞 도시철도역에서 신입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종교 동아리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종교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며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선배들에 부담을 느낀 라노는 번호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끈질긴 연락의 연속이었습니다. “동아리에 들어와라” “한 번이라도 와봐라. 오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등의 말을 하며 끊임없이 연락을 취했죠. 지친 라노는 몇 번이나 동아리에 끌려갔습니다. 한 번은 저녁 기도에도 강제로 참석했는데, 기도의 내용은 종교가 없는 라노가 얕게나마 알고 있던 보편적인 종교에 관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습니다. 사이비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죠. 그 뒤로 라노는 동아리로 끌고 갔던 선배를 필사적으로 피해 다녔고, 가까스로 떼어낼 수 있었어요.
라노와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A 씨는 동아리에 가입하라는 학과 선배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겨 몇 번 동아리 활동에 참석한 것이 화근이 됐죠. 선배는 A 씨를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놀러 오라며 같이 교회에 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A 씨가 간 곳은 일반적인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교회라고 부를 수도 없는 곳이었죠. 이상한 교리를 펼치며 ‘신’이 아닌 ‘사람’을 섬기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가짜 성경도 있었습니다. 사실 A 씨는 처음에는 사이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점차 이상한 것을 깨닫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죠. A 씨는 “사이비지만 그럴듯하게 꾸며놔서 막상 가면 사이비인 줄 모르겠더라”며 “문제의 선배가 몇 번이나 다시 갈 것을 요구했지만 강력하게 거부해서 가지 않았다. 빠져나오는 데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달라” “발표 준비하고 있는데 들어달라” “PPT 한 번 봐달라” “심리 상담 하고 있다”와 같은 말들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가장 흔하게 보이는 포교 유형이죠. 대학교 앞, 지하철역 앞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대학생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대학가에서 설문조사를 한다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B 씨는 설문조사라는 말에 넘어가 사이비에 신상정보를 넘겨줬습니다. 학교 앞이고, 학생으로 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 강의와 관련된 활동인 줄로만 알았죠. B 씨는 설문조사에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이름과 전화번호도 써줬죠. 그 뒤로는 끈질긴 연락의 연속이었습니다. 종교를 믿으라는 전화였죠. 번호를 바꿔가며 오는 연락에 학을 뗐습니다. B 씨는 “같은 대학생인 줄 알고 설문조사에 응해줬는데 사이비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며 “그 이후로는 설문조사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C 씨는 “대외활동 중인데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학과 동기의 부탁을 받고 흔쾌히 설문조사에 응했습니다. 대외활동이 힘든 것도 알고, 학과 동기가 사이비를 믿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설문지에는 온통 종교와 관련된 질문밖에 없었죠. 설문지 질문 중 ‘종교가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답을 했더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죠. 전화를 받자마자 “그 종교는 가짜이니 우리 종교를 믿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C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그렇게 당황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노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왜 유독 대학가 포교 활동에 적극적인지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거절을 감내하면서까지 대학생들을 종교 활동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유를요. 일반적으로 대학생과 같은 청년층이 자발적으로 종교 활동에 참여할 경우 헌신도와 충성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기 때문에 사이비들의 집중 타깃이 됩니다. 특히 대학 캠퍼스 특성상 동질감과 유대감을 기본으로 하는 관계가 형성돼있고, 캠퍼스 고유의 안전지대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학연과 지연을 내세운 사이비의 접근이 쉬운 편이죠. 최근 대학생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미비가 대학생들을 사이비에 빠지게 하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뜻하지 않게 사이비에 붙잡혀 간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위기에 처했을 때 119나 112에 신고하듯이, 수상한 느낌이 든다면 바로 경찰이나 학교 당국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봉사·문화활동 대학생활 등과 관련된 행사나 동아리에 참여했는데 뜻하지 않게 종교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면 일단 관계를 멈추고 확인해야 하죠. 대학 캠퍼스가 사이비들의 주 활동 무대가 된 이상 ‘조심이 안심’입니다. 부산장신대학교 탁지일(신학과) 교수는 “설령 사이비에 피해를 입더라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건강하게 노출하고 도움을 받는 편이 피해를 회복하고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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