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읽는 ‘탄성파’, 구조현장 희망 될까[소리 과학의 미래]
우리의 감각으로 살펴보면 지구는 평탄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구는 공처럼 둥근 모양이다. 바다는 이런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한다.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기는 지구 표면 10㎞ 높이에 대부분 모여 있다.
이런 지구에서 소리는 ‘탄성 매질’을 통해 전달된다. 지구 표면은 공기, 땅(지면), 물(바다)로 구성되는데, 탄성은 땅이 가장 좋고, 물 그리고 공기가 뒤를 잇는다. 탄성이 좋은 매질일수록 소리의 전달 속도는 빠르다. 땅속에서 소리는 초당 약 6000m, 물속에서는 1500m, 공기 중에서는 340m로 나아간다.
이제 땅속을 주목해보자. 지구의 지름이 1만2000㎞이므로 지구의 한쪽 표면에서 정반대 표면까지 땅속으로 소리가 전달된다면 단순하게 계산해서 2000초, 즉 30분 정도면 지구 반대편까지 소리가 도달할 것이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의 여러 곳에 ‘탄성파 감지기’를 설치한 후 한곳에서 탄성파를 발생시켜 각기 다른 지표면에 도달하는 시간 차이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지구 내부는 균일한 성질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지구 표면은 지각으로 구성되고, 그 안쪽으로는 맨틀과 핵이 차례로 분포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땅속은 어떤 첨단 장비로도 직접 깊이 들어가 탐사할 수 없으며, 전파 등으로도 내부를 탐지할 수 없다. 유일하게 탄성파, 즉 소리로 지구 내부의 구조를 밝혀온 것이다.
최근에는 지구 표면 여러 곳에서 자연적인 지각 변동으로 일어나는 탄성파의 일종인 지진파를 이용해 지각의 운동과 특성을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지진파는 지구가 내는 신음 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진파 감지를 통해 우리는 지구 내부가 현재 어떤 상태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연구해 다가올 미래에는 어떻게 지구 내부가 변화할 것인가를 추정할 수 있다. 지구 내부를 탄성파의 성질을 이용해 탐사하는 기법을 ‘단층촬영’이라고 한다. 이것은 수신된 탄성파의 변화를 이용해 지구 내부의 물성과 구성 요소 등을 역으로 추정하는 기법이다.
탄성파는 지구 내부를 들여다보는 데에만 쓰는 건 아니다. 얼마 전 튀르기예에서 발생한 큰 지진으로 건물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많은 사람들이 잔해에 묻혔다. 여기서 문제는 잔해 속에서 살아있을 수 있는 사람들을 탐지해낼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소리과학을 활용한 실종자 탐지 기술을 제안하고자 한다. 소리는 탄성파이며, 콘크리트나 땅속으로 잘 전달된다. 이를 이용하면 잔해 속에서 나는 사람 소리를 증폭해 효과적으로 수신할 수 있는 집속 안테나형 감지기를 개발할 수 있다. 훨씬 효과적으로 생존자의 목소리, 그리고 잔해를 두드리는 소리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탄성파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잔해 속 인체에 반사되면 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동형 감지장치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리과학은 많이 알려진 과학 분야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전파나 빛, 양자 등을 연구하는 추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투자가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소리과학은 지구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재난을 극복하는 방법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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