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늦게나마 간호·의료법 중재 나서는 당정, 그게 협치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정부가 9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11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관련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안을 제시해 그 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3일 본회의에 부의돼 오는 13일 본회의 표결이 예정돼 있다. 여당이 중재안을 내놓고 여야 합의를 모색할 것으로 보여 두 법안 처리는 새 국면에 돌입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 규정을 떼어내 독립적인 법 체계로 만드는 법안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필요성이 부각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의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 등의 반대를 이유로 당 소속 위원장이 있는 법사위에서 법안 통과를 막아 왔다.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 역시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나, 이 법안은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다. 두 법안은 양곡관리법처럼 여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수순을 밟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대통령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복한다면 정치 실종의 악순환이 초래된다. 당연히 협치도 설 공간이 없어진다. 그로부터 일어날 극한 정쟁과 정책 혼선의 부담은 국정을 이끌어야 할 정부·여당에 더 많이 지워지고,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반전과 기대가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참석한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일어난 것을 주목한다.
정부·여당은 민심에 귀 기울이고 야당과의 협상에 나서야 제대로 된 정치를 복원할 수 있다. 정치는 사회적 양극화와 이념·지역·세대·젠더·빈부 갈등을 줄이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 목도했듯이, 지금까지 대화·조정·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했고 여야 대립은 국민 분열의 불쏘시개가 됐다. 간호법·의료법도 국회에서 의료계 직역 간 조율·절충이 이뤄지기보다는 서로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파업 목소리만 분출하는 갈등상을 보였다. 이제라도 여야는 두 법안의 취지를 살려 관련단체와 숙의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의 본연적인 역할이다. 두 법안의 합의 처리로 협치 물꼬도 함께 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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