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거주 총책 쫓는 대치동 마약, 발본색원할 법도 정비하라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들어간 음료를 나눠준 ‘대치동 마약’ 사건 배후에 중국에 근거지를 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음료가 담긴 빈 병의 공급처와 협박전화 발신지가 중국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총책부터 중간 행동책·말단 실행책까지 점조직 형태로 역할을 분담한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과 유사하다. 경찰은 마약범죄수사대와 금융범죄수사대를 수사에 동시 투입했다. 마약과 다단계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신종 범죄에 범정부적인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학생들까지 노린 마약 범죄가 등장한 건 그만큼 한국 사회에 마약이 흔해졌음을 뜻한다. 대검찰청 집계를 보면 2012년 38명이던 청소년 마약사범은 2022년 481명으로 13배 늘었다. 이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9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학교와 10대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마약 유통이 늘고 있는데 이에 익숙한 젊은층의 접근이 용이해진 탓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말을 믿고 어른이 건넨 음료를 마신 학생들이 피해자다. 클럽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 범죄를 저지르는 ‘퐁당’ 수법이 평범한 학생들의 일상을 파고든 실상은 참담하다.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의 절박함을 악용한 것 자체가 악질적이다.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기에 반드시 붙잡아 엄중 처벌해야 한다. 문제는 법적인 처벌 근거가 불분명한 데 있다.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범죄는 ‘퐁당’이라는 은어가 생겼을 정도로 빈번히 발생하지만, 정작 법정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현행법상 없다. 스스로 투약할 때보다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마약은 중독성이라는 강력한 부작용이 있다. 사전에 접하지 않게 하고 중독의 굴레에선 벗어나게 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겐 마약의 위해성과 경각심을 고취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 두 곳뿐인 마약치료병원을 늘려 중독의 고리를 끊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마약 범죄 엄단을 지시했다. 그 지시에 따라 10일 범정부 차원의 협의회가 열린다. 그럼에도 마약범 수법은 나날이 대담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정부는 마약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는 데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발본색원할 법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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