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전원위, 기득권 내려놓고 선거개혁 합의 이뤄야
선거제도 개선 방안을 난상토론할 국회 전원위원회가 10~13일 나흘간 열린다. 전원위는 말 그대로 국회의원 전원이 국민적 관심사를 놓고 소신에 따라 의견을 개진하고 논쟁하는 공론의 장이다. 내년 4·10 총선을 1년 앞두고 20년 만에 문 여는 전원위는 선거제를 의제로 잡았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기득권에 집착해 당론조차 확정하지 못했고 정치 불신만 키워 왔다. 정치를 망친 책임도, 정치를 되살릴 의무도 정치권에 있다는 사실이 ‘20년 만의 전원위’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임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선거제 개편 논의는 승자독식, 거대 정당 중심의 적대적 정치, 이념·지역적 대립을 초래한 소선거구제 폐해가 지적될 때마다 반복돼 왔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제 제안 이후 선거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듯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당·지역의 당리당략과 국회의원의 개별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국회의장 자문기구(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가 비례대표 50명 증원을 제시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전원위에 세 가지로 올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안’은 의원 정수를 현재와 같은 300명으로 묶는 방안이 중심축을 이룬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은 수도권 공략에 용이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갈등을 완화할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정의당은 사표를 줄일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고 한다. 출발선부터 정당·의원별로 격론이 불가피해졌다.
이 와중에 지난 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정수 30명 이상 감축안’을 제기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원위 논의·무대 자체를 무력화·봉쇄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김 대표 주장은 돌발 제안이고 하루 만에 당내 반발에 직면해 당 지지율 하락 위기를 돌파하려는 꼼수였음을 입증했다. 민주당도 대선 때 ‘다당제·정치개혁을 찬성하는 모든 세력의 연대’를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력을 쏟느라 정치 개혁이 후순위로 밀린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선거제 개혁은 정치개혁의 축이자 승자 독식·극한 정쟁으로 악순환해 온 한국 정치 토양을 바꾸는 마중물이다. 여야는 대화·타협의 정치, 다양한 유권자·가치를 대변하는 정치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여야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대안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민심을 반영해 선거제 합의안을 끌어내는 전원위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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