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6개월 전부터 계획된 치밀한 공모(종합)
이경우가 2022년 9월 최초 범행 제안…황대한 끌어들여
유씨 부부, 이경우·황대한 제안 수락 후 범행 적극 지원…착수금 등 7천만 원 지원
범행 당일에도 이경우와 유씨 만나…코인 출금 시도하다 실패하자 계획대로 살해
같은 날 오후 도피 계획도 함께 의논…범행 후 증거 인멸도 서로 협조
이경우 아내, 범행 도구인 '마취제' 전달·피해자 물품 은폐 정황 포착
경찰 "유씨 부부, 범행 일체 부인 중…아내 황씨 구속영장 발부되면 신상공개 검토"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주범 이경우가 황대한과 공모해 범행을 처음 제안했고, 재력가 유모씨와 황모씨 부부가 이를 수락한 뒤 범행 전후에 걸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앞서 구속된 유씨에 이어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경우의 아내 또한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활용된 마취제를 전달한 혐의로 입건했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언론브리핑을 열어 최초로 납치·살인 범행을 이경우가 먼저 제안했고, 유씨·황씨 부부가 동의해 이경우에게 범행 자금 명목으로 착수금 등 7천만 원을 지급하는 등 범행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P코인' 계기로 가까워진 이경우와 유씨 부부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 부부는 이번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인 A씨와 2020년 9월쯤 지인의 소개로 알게됐다. P코인 회사의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A씨의 권유를 받은 유씨 부부는 P코인에 1억 원 상당을 투자하고, P코인 회사에서 A씨와 같은 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2021년 1월쯤 P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P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이경우는 유씨 부부를 P코인 시세 하락의 주범이라고 생각해 이들 부부의 금품을 빼앗기도 했다.
같은 해 3월 이경우는 이번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 A씨를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유씨 부부가 묵고 있던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에 찾아가 감금·폭행한 뒤 가상화폐 4억 원 상당을 빼앗은 바 있다.
이 무렵부터 A씨와 유씨 부부 간에는 소송전이 벌어졌다. 유씨는 A씨의 권유로 P코인에 1억 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었다며 A씨를 상대로 소송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도 2021년 10월 A씨에게 'P코인으로 인한 손실을 배상하라'며 9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최근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더구나 유씨 부부는 앞선 감금 사건의 배후를 A씨라고 생각해 원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경우는 2021년 9월쯤 황씨를 찾아가 호텔 감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금전적 어려움을 토로해 황씨로부터 3500만 원을 받았다. 이후 황씨가 이경우를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을 시켜주고, 이경우 또한 유씨 부부가 A씨를 상대로 벌인 민형사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보내주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최초 범행 제안은 '이경우'…적극 가담한 황대한·유씨 부부
유씨 부부와 친분을 쌓던 이경우는 지난해 6월쯤 대학 동창 사이인 황대한에게 A씨의 직업, 재산과 유씨 부부와의 갈등 관계를 설명하며 범행을 제안했다.
이어 이경우는 지난해 9월쯤 이들 부부에게 'A씨와 A씨의 남편을 납치하고 금품을 빼앗으면 코인을 현금으로 '돈세탁'해달라'며 자신이 먼저 범행을 제안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제안을 받은 유씨 부부가 "A씨에게 코인이 몇십 억 정도 있을 것이다. 잘 해보자"며 수락했다는 것이 이경우의 진술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경우가 이들 부부보다 A씨를 먼저 알았고, 2천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며 "이후 P코인이 폭락하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후 이들 부부에게 찾아가 도움을 받자 범행을 통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 부부는 이경우에게 착수금 2천만 원 등 총 7천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9월 황씨의 계좌에서 7천만 원이 현금으로 인출된 내역이 확인됐다. 이후 이경우 부인의 계좌에 지난해 9월쯤 착수금으로 보이는 현금 2695만 원이, 10월에서 12월 사이에는 1565만 원의 현금이 각각 수백만 원씩 수차례에 걸쳐 입금됐다. 이경우는 이중 1320여만 원을 황대한에게 지급했다.
착수금을 받은 이후 이경우, 황대한 등은 애초에 A씨 부부를 살해할 생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했다.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사체를 매장할 장소까지 사전에 파악을 해두고 범행 당일에는 곡괭이까지 챙겼다. 이경우 또한 이미 살해를 하기로 작당했다고 자백했다.
이 과정에는 이경우의 부인도 함께 했다. 이경우의 아내는 이경우에게 A씨를 살해할 때 사용한 범행 도구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제를 몰래 가지고 나와 이경우에게 건네준 것이다.
이경우는 마취용 주사기 뿐 아니라 청테이프, 케이블 타이 등 범행도구를 준비했고, 황대한은 대포폰을 구입하고 연지호와 20대 이모씨를 끌어들여 A씨 부부를 미행하며 범행 기회를 엿봤다. 경찰은 이들이 6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범행을 준비해오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미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적극 가담한 유씨 부부와 이경우 아내…"부부, 범행 전면 부인 중"
범행 과정에도, 범행 직후에도 유씨와 황씨 부부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의 진술에 따르면 범행 이전에는 황씨가 사실상 이경우에게 범행 관련 질문을 하며 범행을 주도했고, 범행 당시와 직후에는 유씨가 주로 이경우와 통화하거나 직접 만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범행 직후 이경우와 유씨는 두 차례에 걸쳐 직접 만났다. 경찰은 범행 당시 이경우와 유씨가 통화를 하고 직접 만난 것을 CCTV 등의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귀가하던 A씨를 납치한 황대한과 연지호는 경기도 용인으로 가 이경우를 만났다. 이경우는 황대한과 연지호로부터 A씨의 휴대전화 4대 등 피해자의 물품들을 전달받은 뒤 유씨를 만나러 갔다.
30일 오전 1시쯤 경기도 용인 소재 호텔의 한 객실에서 이경우는 유씨를 만나, 황대한에게 전달받은 A씨의 계좌 비밀번호 등을 이용해 계좌를 조회한 뒤 코인을 빼앗으려 했지만 실패하자, 황대한과 연지호가 애초 계획한대로 A씨를 살해한 뒤 매장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2시 30분쯤 대전 대청댐에 도착한 황대한과 연지호는 피해자를 살해해 매장했다. 오전 5시 16분쯤, 황대한은 사체 유기를 마무리하던 시점에 이경우와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이경우는 이날 오후 2시에도 유씨를 다시 만나 황대한, 연지호의 도피자금에 대해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황대한과 연지호의 도피자금으로 6천만 원을 요구한 이경우에게 "당장은 돈이 없으니 배를 알아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 또한 범행 직후인 지난달 31일 이경우의 아내를 만나 A씨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소지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 받았고, 이경우의 아내에게 '휴대폰을 부수라'고 지시하는 등 범행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유씨가 이경우와 범행 당시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 등이 드러났지만, 유씨와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주거지와 차량 등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등에 대해 포렌식을 진행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의 아내가 단순히 범행 도구를 전달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피해자의 물품을 은폐하는 데도 가담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경우의 아내는 황씨의 지시를 받고 직접 휴대전화를 파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 총 7명…경찰 "유씨 부부 신상공개 검토"
이에 따라 이경우의 아내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이번 사건 피의자는 총 7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는 현재까지 총 4명이다. 경찰은 강도 살인·사체 유기 혐의를 받는 주범 이경우를 비롯해 황대한, 연지호를 구속 상태로 서울중앙지검에 9일 송치했다. 아울러 이날 범행 사전 단계에서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범행 전 중도 이탈한 20대 남성 이모씨 또한 강도예비 혐의로 송치됐다.
지난 8일 구속된 유씨에 이어 현재 황씨에 대한 구속 영장이 신청된 만큼, 경찰은 황씨의 구속 여부까지 살펴본 후 이번주 초 이들 부부에 대한 신상공개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수민 부장검사)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이경우를 비롯해 A씨 등이 연루된 암호화폐 갈취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형사3부 인력을 조정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김수민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검사 4명을 전담팀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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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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