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또 중국?”...강남학원가 마약음료 총책의 정체
경찰,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 조직적 범죄로 보고
알바 모집책·필로폰 전달책 등 공범 소재 파악 주력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마약음료 제조·전달책 등 범행에 가담한 용의자 길모 씨와 김모 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길씨는 강원 원주시에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김 씨는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받는다.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중국 거주 중인 한국 국적 A씨가 길 씨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한 단서를 포착하고 중국에서 공수된 빈 병의 배송경로를 역추적하는 등 공범 소재 파악에 나섰다. 또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했다는 길씨 진술에 따라 필로폰 판매책과 이번 범행을 꾸민 조직의 연관성도 추적하고 있다.
또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우회 IP(인터넷주소)를 사용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마약음료 현장 유포를 지시한 중간책들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중국에서 범행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점, 마약음료를 담은 빈 병이 중국에서 건너온 점, 학부모들에게 걸려온 협박전화 발신지가 중국으로 확인됨에 따라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중국 당국에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번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지난 3일 오후 20~40대 남녀 4명이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건네면서 발생했다. 이들은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피해 학부모들은 이후 조선족 말투를 쓰는 일당으로부터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현재까지 마약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학부모 1명을 포함해 총 8명이다.
현장에서 마약음료를 나눠준 4명은 지난 5∼6일 모두 경찰에 체포되거나 자수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을 뿐 마약 성분이 든 음료인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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