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어쩌다 이렇게 됐나…’등 돌린’ 관객들의 속내 [Oh!쎈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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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는 가격으로 영화 관람을 일종의 '시간 때우기'가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인상된 티켓값으로 영화는 하나의 '고급 취미'가 되었다.
그러니 업계 측은 계속되는 국내 영화계의 암울한 상태에도 인상된 공공요금,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티켓값을 쉽게 인하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렇듯 최근 국내 영화 성적 부진의 요인은 단순히 '티켓값 인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근원적인 문제는 "영화가 재미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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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영화 관람을 일종의 ‘시간 때우기’가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인상된 티켓값으로 영화는 하나의 ‘고급 취미’가 되었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은 2시간 남짓 소요되는 시간과 2만 원 상당의 가격 앞에 과감한 작품 선택보다는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선호하게 됐다. 심지어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영화관을 찾는 수고와 기회비용이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시 말해, 영화는 이제 ‘안 봐도 그만’인 시대가 찾아왔다.
이렇게 보면 국내 영화는 물론 해외 영화까지 흥행 부진을 겪어야 자연스러울 테지만, 관객들은 유독 국내 영화에만 등을 보이며 흥행 실패를 겪고 있는 이상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38만명을,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현재 누적 관객수 378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 영화는 지난해 11월 개봉했던 ‘올빼미’ 이후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티켓값 인하가 이 사태를 타파할 수 있을 듯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국내 영화 티켓 값은 코로나 이전 세계 34위로 팔레스타인, 오만, 이라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저렴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3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2019년 이후 코로나 기간 동안 극장가에 사람이 줄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3사에서는 3년 사이 여러 차례 티켓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으며 사실상 이제서야 ‘정상 가격’ 궤도에 올랐다. 그러니 업계 측은 계속되는 국내 영화계의 암울한 상태에도 인상된 공공요금,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티켓값을 쉽게 인하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렇듯 최근 국내 영화 성적 부진의 요인은 단순히 ‘티켓값 인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근원적인 문제는 “영화가 재미없어서”다. 높은 티켓값과 불확실한 재미를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작품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국내 영화에 대한 완성도의 문제성과 영화관의 적자 사태가 연일 이어져도 티켓값 만은 한사코 인하하지 않는 영화계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던 찰나, 한 영화 평론가의 ‘웅남이’ 저격 논란은 대중들의 민심을 굳게 만든 ‘결정적 한방’이 됐다.
코미디언 박성광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인 ‘웅남이’를 두고 한 평론가는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였다. ‘여기’인 영화계와 ‘거기’인 코미디계 사이를 가르고 싶어 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한 평론가의 실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국내 영화계에 실증을 느낀 관객들의 눈에는 “거기(영화계)는 ‘선민 의식’이 가득하구나”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러모로 침체된 국내 영화계의 상황을 하나의 방법으로,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를 잃은 관객들의 마음을 되돌리며 첫걸음을 떼볼 수 있다. 그 신뢰감은 ‘재미있는 작품’에서부터 나온다. 재미있는 자국의 작품을 일부러 외면할 관람객은 없다. ‘잘 팔릴 것 같은’ 영화가 아닌, ‘잘 만든’ 영화면 된다. 성실한 제작사들의 좋은 콘텐츠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yusuo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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