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에 들어서는 ‘성경의 벽’…지역 대표 랜드마크 기대감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구현한 미술품이 돼 경기도민에게 다가온다. 성경을 한 페이지에 다 담은 ‘성경의 벽’이 양평군에 만들어지면서 경기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
부활절인 9일 양평군에 있는 안데르센공원묘원에서 ‘성경의 벽(K-바이블)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염태영 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전진선 양평군수와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과 송길원 청란교회 목사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길이 83m, 최고 높이 7.7m 규모로 만들어진 ‘성경의 벽’은 표면에 1천753쪽, 150만자 분량의 성경이 훈민정음체로 새겨져 있다. 구약과 신약의 경계 부분이 ‘니은(ㄴ)’ 모양으로 꺾이도록 디자인됐다는 특징을 지닌다. 시작 부분은 대형 두루마리 형태로 구현됐으며,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은 마치 배의 형태를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성경의 벽 앞에 서면 영어와 불어, 독어와 중국어, 일본어와 아랍어 등 6개 외국어로 성경의 주요 부분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포토존에서 자신의 얼굴을 실루엣으로 찍으면 성경 속에 그 모습이 담기기도 한다.
작품을 만든 현대미술가 전병삼 작가는 “자연 바람에 따라 앞뒤로 일렁이며 반짝이는 정사각형의 패널 6천770장에 개역개정 한글성경의 구약과 신약 성서 66권 전체를 훈민정음 서체로 각인했다. 사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의 핵심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다시 돌아보자는 데 있다. 작품을 보고자 이곳을 찾는 도민들이 삶과 죽음에 있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염태영 부지사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개인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성경의 벽을 통해 많은 도민들이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작품이 도에 생겨서 무척이나 뜻깊게 생각한다. 해외 출장 일정으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김동연 도지사 역시 다음 달 중으로 이곳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앙평군은 소아암과 백혈병 등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를 위한 자연 장지인 안데르센공원묘원에 성경의 벽까지 생기면서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곳에는 입양 후 양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생을 마감한 ‘정인이’도 잠들어 있다.
전진선 군수는 이날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경의 벽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양평군은 도와 함께 지역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ars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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