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출 ‘기밀문건’서 동맹국 감청 ‘들통’… 후폭풍 거세질 듯
현지 언론 “탄약 지원 요청 받은 韓
러 자극 않기 위해 내부 고심” 보도
출처로 감청 의미 ‘신호정보’ 적시
美, 동맹국서도 첩보활동 사실 방증
튀르키예 러 지원 가능성 시사 폭로
NYT “동맹국 외교 관계 방해” 지적
지난달 초 한국 NSC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고심했다는 내용이다.
한 국가안보 당국자는 “미국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한 군수 지원이기 때문에 주요 무기 공급 루트인 폴란드에 탄약을 판매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문건의 다른 부분에는 “한국 관료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압력을 가할 것을 우려했다”고 적혀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한국에서 155㎜ 포탄 10만발을 구매해 ‘우회 공급’ 논란이 불거졌는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라는 요구가 최근까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보고서의 출처는 전자 도청과 통신 감청을 뜻하는 ‘신호정보’(Signals Intelligence·시긴트)라고 명시돼 있어 미국이 한국 정부 내부 논의를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문건 중 하나는 러시아의 민간용병업체 ‘와그너그룹’ 측이 우크라이나와 말리 전장에서 쓸 무기·장비를 사려고 튀르키예 관계자를 만났으며, 아시미 고이타 말리 임시대통령이 “와그너그룹을 대신해 튀르키예로부터 무기를 구입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적고 있다. 말리를 통한 무기 우회 수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WP는 “튀르키예 정부가 이 논의를 알고 있었는지, 계약이 성사됐는지는 보고서만 봐서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나토 회원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번 폭로는 폭발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관련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 중인 입법부 우위 구도의 ‘사법정비’와 관련해 첩보기관 모사드의 고위 관료들이 지난 2월 모사드 요원들과 이스라엘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 참여 등을 옹호했다는 민감한 내용이 적시됐다.
일급기밀만 100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유출 문건의 상당수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 국방부 고위 관료에게 보고하기 위한 용도로 지난 겨울 작성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대부분 내용은 우크라이나 전황,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무기 규모 및 추가 지원 계획에 관한 것들이다. 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군 내부에 침투, 러시아의 작전 날짜와 목표물 등을 파악해 우크라이나에 알려주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북한·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담은 문건도 존재한다.
기밀 내용은 문건을 찍은 사진 형태로 2월28일, 3월2일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 처음 공유됐다. 지난 5일에는 극우 성향 온라인게시판 포챈(4Chan)과 트위터, 텔레그램 등에도 유포됐다. 미 당국은 지난 6일 NYT의 첫 보도 전까지 유포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정보 보안 수위를 높이고 자체 감찰에 착수했으며, 법무부도 조사에 나섰다.
유태영·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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