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남대문시장이 살아났다

박한나 2023. 4.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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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해제로 3년만에 북적여
길거리 음식·화장품 매장 인기
서촌·북촌 한복차림 내·외국인
"올초부터 붐벼 일요일도 문 열어"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 코로나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고 관광 비자 발급이 재개된 국가가 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관광객 등이 쇼핑을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서울 남대문 시장이 살아났다. 명동과 광장시장, 북촌, 서촌 등 유명 관광지들도 3년여 만에 북적이는 내·외국인들로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활기를 띄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명동의 상가 공실률이 급락한 데 이어 지난달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규제도 풀리면서 시장 상인들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한국의 정서가 담긴 길거리 음식도 즐기고, 화장품 꾸러미를 들고 화창한 4월의 봄날을 만끽했다.

일요일인 9일 낮 1시에 찾은 남대문시장 초입인 회현역 5번 출구. 시장에 들어서자 일렬로 줄지은 노점상인들이 저마다 길거리 음식을 만드느라 쉴 틈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떡과 닭꼬치, 회오리 감자, 떡볶이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액세서리 기념품 가게의 박 모씨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2, 3년간 손님이 적어 고생했었다"며 "하지만 올초부터 가게가 붐비기 시작해 원래 쉬는 일요일인 오늘도 문을 열었다"고 활짝 웃었다.

호주에서 딸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리안나(49)씨는 한 손에 회오리 감자를, 한 손에는 팩과 가방을 구매한 쇼핑백을 보여주며 "60% 할인을 한다길래 마스크 팩과 눈 주름용 패치를 샀다"며 "가방과 스카프, 액세서리, 패딩도 음식점 옆에서 팔기에 싼 가격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폐업이 이어졌던 명동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세메루시마스(세일합니다)'를 외치는 화장품 가게 직원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올리브영과 네이처 리퍼블릭 등 화장품 가게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일본인 후지키 아유미(23)씨는 "명동은 쇼핑의 메카"라며 "'정샘물' 화장품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여러 개 샀고, '티르티르' 마스크 팩도 꼭 사는 아이템"이라고 웃어보였다.

명동의 몇몇 가게는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뽑아 일본 관광객들의 방문에 대비하고 있었다. 한 식료품 가게 직원은 "저는 일본 사람인데 일한 지 한 달 정도 됐다"며 "일본인들이 지난달부터 많이 가게를 방문하고 있어 일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에도 녹두빈대떡 육회 마약김밥과 막걸리 등 맛보려는 내·외국인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종로5가 뒷골목 '닭 한마리' 식당가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주변 북촌과 서촌도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북촌과 삼청동 골목길에는 한복 차림의 외국인과 일반 시민들이 골목길을 꽉 메워 패션쇼장을 방불케 했다. 안양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심 모씨는 "오래간만에 이곳을 찾았는데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면서 "사람이 많아 약간 불편은 하지만 모처럼 상권이 활기를 띠는 것 같아 같은 자영자로서 반가웠다"고 흐뭇해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적은 다양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동대문 패션 타운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왔다면, 최근에는 남대문과 명동 등을 중심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방문 관광객들의 국적이 다양하다"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단체로 많이 와서 팩이랑 기초라인 화장품을 많이 사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중국인 관광객들은 많지 않다"고 귀뜸했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명동 상가 공실률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소규모 상가의 경우 가장 최근 통계인 2022년 4분기 21.5%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3분기 36.9%보다 15.45포인트(p)가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공실률이 50.3%까지 치솟았던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28.7%p나 낮아졌다. 1분기 공실률은 이보다 더 낮아졌을 전망이다.

상인들은 작년 10월 한·일 간 무비자 자유여행이 재개된 데 이어 지난달 1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올해 방한 관광객 1000만명 이상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대만 등 22개국을 대상으로는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한시 면제하고,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국제 항공편도 코로나19 이전의 80∼90% 수준까지 늘리는 등 내수·관광 활성화 방안을 지난달 29일 내놓았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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