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 고갈` 사태 직면한 우크라..."포격 아껴가며 해야 할 지경"

동부 여단 "하루 20∼30발 사용하던 탄약, 1∼2발로 축소"
구소련 국가들,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우크라 지원 주저
전쟁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 유리' 분석도

지난 7일 우크라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서쪽의 소도시 차시우야르에 떨어진 로켓포.[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탄약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2월 개전 이래 152㎜와 122㎜ 규격의 소련제 포탄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탄약 비축량이 줄어 포격 횟수를 줄여야 할 지경이 됐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제59기계화여단의 경우 하루 평균 20∼30발의 포탄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탄약 재고를 아끼느라 1∼2발을 겨우 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재고가 얼마 안되는 탄약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물 선정과 공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주둔군의 한 포병대장은 "우리가 발견한 적의 규모가 2∼3명 정도밖에 안 될 때는 탄약을 쓰지 않고, 10∼15명 정도가 되어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일부 구소련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군에서 사용하는 소련제 탄약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우크라이나에 이를 판매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냉전시대 옛 소련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Warsaw Pact)의 회원국이었던 일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규격의 탄약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속도가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필요로 하는 규모를 충당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옛 바르샤바 조약 기구 회원국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된 이후 소련제 탄약 생산 라인을 해체했다"며 "우리는 소련제 탄약이 필요하다. 생산라인을 어떻게 복구할지가 문제"라고 말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별 수 없이 서방에서 지원하는 155㎜ 규격의 탄약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곧 재고가 고갈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탄약을 소비하는 속도가 우리가 탄약을 생산하는 속도보다 몇 배는 빠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 7700발의 탄약을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1분에 5발 이상을 쏘는 것이다. 전장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러시아군의 일상적인 공격을 격퇴할 만큼의 탄약이 있을 뿐, 반격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군사분석가는 "미국과 서방이 봄 공세를 앞두고 탄약 공급을 늘리겠지만, 다가올 가을과 겨울에는 탄약 공급이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리는 "이 전쟁은 궁극적으로 포격전이라서 탄약을 더 많이 가지고 있거나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리는 한 미국인 관리를 인용해 "중국이 러시아에 152㎜와 122㎜ 탄약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만일 실제로 그렇게 될 경우 전쟁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현재 매일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탄약의 3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WP는 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