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우크라이나 핵 포기에 아쉬움 표한 클린턴

빌 클린턴(사진)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93년 1월~2001년 1월)이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가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소련이 1991년 12월 해체된 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 부다페스트 협정으로 역내에 있던 구 소련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거나 폐기했습니다. 이 협정을 주도한 것은 미국이었고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아일랜드 RTE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재임 시절 했던 '우크라니아 핵포기' 협정에 아쉬운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핵을 보유하고 있었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한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돌아본 것입니다.

소련 해체 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갑자기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됐습니다. 소련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던 핵무기를 철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려 1240개의 전략 핵탄두와 176기의 SS-19와 SS-24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44대의 전략 폭격기(TU-160과 TU-95), 그리고 대략 2000개로 추정되는 전술 핵탄두 등을 각각 보유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4회에 걸쳐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로 이전했고, 2002년 1월까지 자국 영토 내 모든 전략 폭격기들을 해체해 러시아로 이전하거나 비군사용으로 전환했습니다. 나아가 모든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사일로(silo)에서 추출해 폐기하거나 폐기를 위해 분해했고, 나중에는 사일로도 폐쇄했습니다.

당시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특히 의회와 군부에서는 핵을 포기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정치적 군사적인 압박을 받을 것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총체적인 체제 불안정과 기술적 취약성, 재정적 취약성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핵 폐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우크라이나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 협정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대신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했습니다. 미국은 적극적으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비핵화를 돕기 위해 4억 6000만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주저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안보에서 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