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로봇산업 퀀텀 점프, 법제 서둘러야
100여년 전 체코에서 최초로 등장한 '로봇'(Robot)이란 용어는 체코어로 '고된 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 이후 1950년대 최초의 산업용 로봇의 개발 이후 사람 대신 위험한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로봇은 본격적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제조업 등 산업현장에서는 물론, 인류의 일상 전반으로 급속히 확대되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청소 등 집안일부터 커피와 요리를 만들고, 의료·방역·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한 2030세계박람회 실사단 안내를 로봇견이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단순 반복의 전통적 기능을 넘어,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해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실행하는'지능형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당의 서빙 로봇도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 로봇이 식당 밖으로 배달을 간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능형 자율주행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된다. 실외 인도나 횡단보도, 공원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실증특례를 통해 배달 로봇 1대를 현장에 투입하려면 현장 요원 1명이 필수로 동행해야 한다. 팽창하는 배달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율주행' '지능'이란 기술이 무색하게 스스로 건물 밖을 나갈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반면, 주요국들은 발빠르게 관련 법제 개선에 나섰다. 미국은 배달로봇의 운행을 위한 법을 2017년 최초 제정해 현재 20여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한 로봇기업은 이미 2021년 100만 건 이상의 배달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은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지능형 자율배송로봇 보도 통행을 위한 '원격조작 소형차'를 정의하고 관련 근거를 마련해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 역시 자율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국들은 기술 뿐 아니라 아니라 법제도의 뒷받침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달리고 있다. 반면, 우리는 비약적인 기술성장과 시장상황에 비해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로 성장의 발목이 묶여 있다.
로봇산업을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원으로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들과 수차례 논의를 거쳐 작년 8월 '지능형 로봇 개발 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외 이동로봇의 정의를 신설해 도로교통법상 보도 통행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보도 통행 허용 대상 로봇의 범위를 특정했다.
또한, 보도 통행 허용의 핵심 전제조건인 로봇의 안정성을 인증하기 위해 법정 인증체계 도입의 근거를 신설했고, 로봇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비해 손해를 담보할 수 있는 안전보장사업 실시 여건도 마련했다. 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지능형 자율주행로봇이 건물 밖 도로 위를 통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국내에 마련된다.
이 뿐 아니라, 로봇이 산업 현장을 넘어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기준과 국산 제품 보급 확산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 서비스 분야 로봇은 중국이 가격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선점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의 보급 확산은 그에 비례하는 개인·공간정보의 수집을 의미한다. 취득한 정보의 유출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 마련과 함께 국산제품 도입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인력 양성이다. 지능형로봇은 특정 영역의 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물론 고도화된 기계공학이 융합된 종합산업이다. 그에 반해, 로봇과 관련한 교육과 연구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생태계 전반의 기술 개발, 실증, 인증 및 표준, 플랫폼 운용과 관련해 고도화되고 상시적인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의 전환과 이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발굴이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 종사자 인력은 2015년과 비교하면 2021년 2배 가까이 늘었고, 실외이동로봇은 사업화 이후 향후 5년간 4488명의 취업인구를 전망하고 있다. 로봇은 근로자의 기피업무를 대신할 것이고, 사람이 사람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앞으로 로봇산업과 관련된 기술과 인력 투자, 그리고 관련 제도의 논의를 더욱 속도감 있게 이어가야 한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에게 로봇 친화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인 것이다.
이번에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능형 자율주행로봇 분야는 물론, 로봇산업 전반을 전환하는 퀀텀 점프를 통해 국내 산업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도 한 차원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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