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틀째 '대만포위' 군사훈련 vs 美 "오버 말라"…긴장 고조(종합3보)
미국, 대만 인근에 포세이돈 투입…자제와 현상유지 촉구
전운 감도는 대만해협…양측 모두 수위조절 통해 '상황관리', 파국은 모면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윤고은 한종구 특파원 김동호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한 맞불로 중국이 이틀 연속 대만을 포위하는 무력시위를 진행하는 등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9일 인민해방군 소속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대만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는가 하면 대만해협에 전투기와 군함을 대거 투입하는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미국은 해군의 주력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하면서 중국을 향해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대만은 중국군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대만 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전날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이 대만 독립 세력과 외부 세력의 유착·도발을 거론하며 8∼10일 대만 포위 훈련을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이틀째 군사훈련이다.
동부전구는 1분 44초 분량의 훈련 영상에서 군함과 전투기 출격, 병력 출동 장면 등을 모두 담았다.
그러면서 육·해·공군 다양한 부대가 대만 섬 및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을 모의 타격하는 훈련을 통해 섬을 포위하고 진격하는 형세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바다에서는 구축함과 쾌속정이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서남부 지역의 목표물을 조준했고, 하늘에서는 각종 전투기와 정찰기 등이 목표 지역을 향해 날아가며 지원 엄호 역할을 했다.
동부전구는 또 장사정포 부대가 주요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과 다탄종 복합 파괴 훈련을 했고, 로켓 부대는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타격을 한 뒤 후속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중앙TV(CCTV)는 동부전구의 훈련을 소개하며 전투기와 군함, 장사정포와 로켓 등을 이용해 대만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정오 사이에 중국군 소속 Su-30 전투기, J-11 전투기, J-16 전투기, KJ-500 조기 경보기 등 군용기 58대와 군함 9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훈련 첫날인 8일 오전 6시부터 9일 오전 6시까지도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대만 주변에 보내 무력시위를 벌었다.
이에 대만군은 관련 동태를 면밀하게 감시 파악하고 있으며 각종 미사일 시스템으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특히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이 대만 동부 해역에 미사일을 쏟아부은 점을 고려한 듯 중국 로켓군의 활동을 감시하는 등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무력시위를 겨냥해 "과잉대응의 구실로 삼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중화인민공화국(PRC)과 우리의 소통 채널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자제와 현상 유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국가 안보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 상황에 대응할 미국 군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내비치며, 자제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우리가 말해왔듯 중국이 미국의 오랜 관행과 정책에 부합하는 (차이 총통의) 이번 경유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치환하거나 과잉대응의 구실로 이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미국은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이날 보도했다. P-8A는 보잉 737을 개조해 만들었고 레이더 최대탐지거리만 800㎞에 하푼 미사일과 어뢰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미국과 대만간 밀착행보도 계속됐다.
차이 총통은 전날 대만을 방문한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며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 등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콜 위원장은 지난 7일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회사 TSMC와 세계 3대 반도체 웨이퍼(실리콘 기판) 생산 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의 임원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앞서 차이 총통은 중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면서 미국을 경유해 매카시 의장 등을 만나고 7일 귀국했다.
다만 양측은 상대측에 대한 대응을 놓고 수위조절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상황관리를 통해 하국은 피하려는 양상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당시 대만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체했다.
미국 역시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가 통상적인 관행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한편으로 중국과의 소통 채널 유지 입장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과 가까운 대만 영토인 진먼다오과 마쭈다오로 가는 항공편이 평소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비행금지구역을 발표하면서 항공편이 중단됐었다"고 전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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