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전채 순발행 7조 넘어…채권시장 또다시 흔들릴까

남지현 2023. 4.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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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가 지연되면서 대규모 적자를 메꾸기 위한 한국전력공사의 채권(한전채) 발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한전채 순발행액은 7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대체로 한달에 2~3조원대씩 발행한 것과 비교해서는 안정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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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전기·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전기요금 현실화가 지연되면서 대규모 적자를 메꾸기 위한 한국전력공사의 채권(한전채) 발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한전채 순발행액은 7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대체로 한달에 2~3조원대씩 발행한 것과 비교해서는 안정적인 상황이다. 한전은 단기채 물량도 늘려 시장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안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7일 한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6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39조6200억원)보다 93.6% 증가했다. 발행 잔액은 장기채와 단기채의 누적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으로, 앞으로 한전이 상환해야 할 남은 금액을 뜻한다.

한전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10월31일 기준 62조8천억원에서 11월22일 기준 65조6천억원으로 늘었다. 당시 한 달 만에 순발행액이 2조8천억원 불어난 것이다. 반면 올해 들어 2월8일(73조4천억원)과 4월7일(76조7천억원) 기준 발행 잔액을 보면, 약 두 달 동안 순발행액이 3조3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말보다는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말 채권시장은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 수요가 얼어붙었는데, 한전채 발행 물량이 쏟아지면서 그나마 있는 시장수요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채권에 쏠리는 교란 현상이 벌어졌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다른 회사들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물량은 많고 투자자는 구하기 어렵게 되자 한전의 발행금리가 연 5%대까지 뛰었다. 이에 비하면 최근 채권시장 상황과 한전채 발행 물량 등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다. 한전채 발행금리는 최근 3%후반∼4%초반이다.

한전도 혹시 발생할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만기가 5∼20일인 ‘단기채’를 주로 발행하고 있다. 단기채는 만기가 짧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쏟아지는 물량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이달 3∼7일 한전채는 2조원 순발행됐는데, 이 중 1조100억원이 단기채였다. 한전 관계자는 “채권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채 발행을 적정선에서 유지하고, 만기 5∼20일짜리 단기채권으로 급한 자금 수요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채발 채권시장 교란이 지금까지는 잠잠한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한전은 발전사들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과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전기요금의 차액(원가 회수율)이 최근 70%에 불과해, 매월 4회에 걸쳐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 일부를 한전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즉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질수록 한전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향후 국제유가와 전기요금 조정 폭에 따라 한전채 상황도 달라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올해 한전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할 경우 2024년에는 한전의 법정 사채발행 한도 초과가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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