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고소”…김진태 지사 주장과 사실은?

이승재,김시원 2023. 4. 9. 18: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오늘(9일) 오후 2시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근 산불이 났을 때 일과 중 골프연습장을 찾은 데 이어 '술자리'까지 가졌다는 지난 7일 KBS 보도가 허위라며, 취재 기자 등을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관기사 : [단독] ‘산불 골프’ 김진태, 술자리까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45889)

→ 이 기사의 최초 제목은 [단독]김진태 골프친 뒤 술자리도...18일 산불 때도 '골프' 였습니다. 제목 을 포함해 원고는 모두 3차례 수정됐습니다.

김 지사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KBS 기사의 최초 제목을 문제 삼았습니다.

독자들이 산불이 나고 있는데도 자신이 골프장에 간 사람으로 생각했을 거라는 겁니다. 김 지사는 아침 7시에 골프연습장에 갔고, 산불은 9시간 뒤에 났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기사가 무려 7차례나 수정됐다고 주장하며 이는 KBS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러 건의 기사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유통된 것은 '어뷰징'이라고 규정한 뒤 기사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오류와 억측이 섞여 있습니다. 김 지사 발언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18일 산불과 '골프 연습'…사실은?

KBS 취재팀은 3월 강원도에서 난 산불 중 5헥타르가 넘는 두 날짜를 특정했습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산불이라고 할 수 있죠. 18일과 31일 이틀이었습니다.

31일은 이미 김 지사가 업무 시간에 골프연습을 해 논란이 됐던 날입니다. 그래서 취재팀은 18일에도 김 지사가 혹시 골프연습장에 간 게 아닐지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골프연습장과 강원도청 관계자들을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3월 18일에도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연습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김 지사 측근인 강원도청 관계자에게 18일 산불이 났을 때 골프 연습장을 갔는지 지속적으로 물었습니다.

4월 5일 오후에 최초 질의를 한 뒤 다음날인 6일 오전에는 '김 지사가 18일 골프연습장에 갔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재차 이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최소 3차례 이상 당시 상황을 확인한 겁니다.

하지만 강원도청 관계자는 골프 연습을 한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18일의 산불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대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와의 3번째 질의 내용(4월 6일 오전 10시 46분)

* 18일에 골프연습장을 간 게 맞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 아니 그래서 뭐 주말이고 개인 시간인데, (지사님이) 그렇게 답을 하라 그래 가지고. 어제(5일)와 같은 답을 드리라고 해가지고...(중략)

= 그날은 어찌 됐건 강원도에서는 뭐 산불 1단계 단계는 아니었고, 산불이 있긴 있었어요. 계속 그 단계는 있었으니까. 국지적인 그냥 산불은 있었는데, 1단계는 아니었고 그거는 제가 확인해봤고요. 단톡방에서

= 1단계는 아니었어요. 그런 상황이었고, 하여튼 뭐 주말에 뭐 갔는지 뭐, 그래서 하여튼. 그렇게 좀 해주세요. 하여튼.

위 내용을 보면 주말이고, 산불도 크지 않아서 김 지사가 골프연습을 한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취재 기자는 기사를 내기 전인 7일 오전에도, 김진태 지사와 통화를 2차례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지만 본인의 입장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김 지사 측 관계자가 골프연습 시간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팀은 아래와 같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18일에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이날 산불로 20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고, 한때 신기리 주민 7명이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산림청 보도자료를 찾아 확인해 보니, 산림 당국은 그날 '산불 1단계'를 발령했으며 야간까지도 진화 인력과 특수 장비를 투입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날도 김진태 지사는 해당 골프 연습장을 찾아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간 직후, 강원도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김 지사가 아침 7시부터 1시간 동안 골프 연습을 했기 때문에 오후 4시 이후에 발생한 평창 산불과는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앞서 3차례 이상의 기자 질의에는 왜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않았는지 대변인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 강원도, 김 지사 입장·반론 게재 3차례 요구…KBS, 3차례 반영

취재팀은 위와 같은 공식 입장이 나온 직후 이를 반영했습니다. 강원도 측에서 입장과 반론을 요청한 건 두 번의 전화와 한 번의 문자였습니다.

제목은 골프가 아닌 골프연습장으로 바꿔달라, 18일 산불 발생 시각 등을 기재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첫 번째로 기사가 출고된 뒤 온 요청이었는데, 취재진은 해당 요청을 모두 3차례 반영해서 기사를 새롭게 출고했습니다. 결국에 새롭게 출고된 기사에는 모두 김 지사 입장과 반론이 반영된 겁니다.

그런데 김 지사는 KBS가 7번(실제는 3번)이나 기사를 수정했다는 허위 사실을 근거로, 스스로 잘못을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어뷰징' 주장도 방송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당 기사는 낮에 인터넷 텍스트 기사로 출고됐습니다. 방송 뉴스로는 7시, 9시, 뉴스라인, 뉴스광장 등에 방송됐습니다. 각각의 기사가 따로 존재해 개수가 많은 것인데, 이를 어뷰징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김 지사 회견, 불리한 내용은 빠졌다?

오늘 김진태 지사의 입장문에는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은 빠져 있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일과 시간에 골프연습장을 갔다가 곧바로 지인들과의 개인 모임을 했고 여기서는 술잔도 오갔습니다.

강원도청은 그제 KBS의 보도 이후, 술자리를 할 때는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모두 3곳(화천, 홍천, 원주)에서 잔불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아래는 취재팀이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산불의 완전 진화 시간입니다. 지자체 담당자에게서도 확인한 내용입니다.

<김진태 지사의 술자리(3.31일 저녁) 당시 진화 중이던 산불>

* 화천 - 3.30 12:47~ 4.1 15:00 (원인 미상, 올 들어 강원도 최대규모 화재, 사흘간 이어져)
* 홍천 - 3.31 15:45~3.31 19:00(모노레일 스파크)
* 원주 - 3.31 14:46~3.31 20:00(공장 화재)

김 지사가 술자리를 한 저녁 6시 이후, 주불은 진화됐어도 계속 대원들은 잔불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강원도 재난대응총괄 본부장인 김 지사가 이런 개념을 몰랐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산림청은 3월 6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산불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단계로 상향했습니다. 산림청과 전국 지자체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3월 5일 산림청, 행안부 등 관계부처에 산불 특별대책 기간을 마련해 예방과 상황관리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긴급 지시했습니다.

김진태 지사가 문제 삼은 KBS의 7일 기사에도 썼듯이, 도지사가 모든 산불을 챙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도지사는 선출직으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법으로 정한 도지사의 책임 외에 정무적 판단과 책임도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김 지사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김진태 죽이기'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BS의 기사는 봄철 산불에 대한 김 지사의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이승재 기자 (sjl@kbs.co.kr)

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