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걸레라고 했는데”...성범죄 처벌 어렵다는 SNS ‘지인능욕’
음란사진에 합성하는 경우도
지인·교사·연예인 등 무차별
성범죄 혐의 적용 쉽지 않아
명예훼손으로만 처벌해
타인의 사진에 신상정보를 같이 올리고, 성희롱성 글을 붙이거나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대상자를 성적으로 비하하고 이를 다수가 소비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한 방식인 ‘지인능욕’이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횡행하고 있다. 범행 대상은 가까운 지인부터 교사, 연예인, 심지어는 가족까지 가지각색이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초4~고3 청소년 응답자의 5.1%는 지인능욕 범죄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법영상물 유포’(5.8%), ‘몰래 카메라(불법촬영)’(5.5%)에 이어 세 번째다. 전년도 조사에서 지인능욕 범죄를 목격한 청소년은 5.6%로 1년새 소폭 줄긴 했지만, ‘디지털 성착취’, ‘몸캠’ 등의 유형보다도 높은 비율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20명짜리 학급에서 한 명 이상은 지인능욕을 어떤 식으로든 목격한 적이 있다는 뜻이다.
지인능욕 범죄를 목격한 청소년들 중 5.1%는 ‘거의 매일’ 목격했다고 답했다. 그 외에 △한 달에 한두 번(13.5%) △6개월에 한두 번(22.6%) △1년에 한두 번(58.8%) 등이었다. 반복해서 이런 범죄를 목격한다는 것은 가해와 피해가 모두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AI 딥페이크 기술까지 사용해 특정인의 사진을 합성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과 신상정보를 올려 성희롱하는 것을 넘어서, 당사자의 표정을 바꾸거나, 음란물처럼 조작하는 방식이다. 최근 SNS에서 다른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지인능욕 게시물을 딥페이크로 합성해주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20대 남성 김 모씨는 되레 자신의 고객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추가 범행을 벌이기도 했다. “내가 사실 온라인 자경단이고, 범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30만~50만원을 갈취하거나, 개인정보를 받아 추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범행을 알아차려도 가해자를 즉각 처벌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상 사진에 성적 모욕을 담았다고 해서 성범죄 혐의가 적용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장 수위를 낮추는 경우도 많다. 당국이 ‘지인능욕’을 사이버 성범죄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 법적 다툼에서는 성범죄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적용되는 혐의를 바꾸더라도 검거는 쉽지 않다. 최근 고등학생 피해자 B양는 텔레그램에 자신을 대상으로 한 게시물이 유포돼 경찰에 신고했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어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검거가 가능하더라도 1년 이상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은 극도의 고통을 호소한다.
이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는 “반드시 성범죄로 의율하지 않더라도 재판부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도 범행의 위험성이나 파급력을 고려해서 징역형 등을 선고할 수 있다”며 “어린 학생들에게는 제재 일변도보다는 재범을 막기 위해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 부수처분을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성범죄의 파급력 등을 고려해 법무부에서 주요 국가들과 더 적극적으로 긴밀히 협조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인능욕이라는 표현이 가해자 입장의 잘못된 표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상이 반드시 지인에 한정되지도 않고, ‘능욕’이란 단어가 성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범죄행위임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능욕 범죄’, ‘사이버 성착취’ 등으로 다르게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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