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에 급여 공개…'깜깜이 입사' 막는다
기업이 채용공고를 낼 때 급여 수준 및 업무 내용 등을 구직자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구직자가 받을 임금도 모르고 취업하는 이른바 ‘깜깜이 입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제안 2차 정책화 과제’ 15건을 9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1차 정책화 과제(17건)에 이은 것이다. 2차 정책화 과제는 작년 4분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제안 1만5704건을 대상으로 관계부처 검토 및 협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선정됐다.
임금 수준은 구직자가 기업 입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정보 중 하나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채용공고를 내면서 예상 임금 수준에 대해 ‘회사 내규에 따름’ 혹은 ‘협의 후 결정’ 등으로 불명확하게 기재해 구직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임금과 업무 내용 등 근로 조건과 관련한 정보를 더욱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까지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기업에는 이와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이다.
다만 민간 기업 채용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임금 격차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 등 사회적 갈등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직자 알권리 충족 의도…'勞勞 갈등' 우려도
정부, 기업경영 과도한 개입 논란…96% “KBS 강제 수신료 폐지를”
기업 채용공고 시 임금 수준 공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기업의 임금 수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우선 마련하고, 자율 공개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서는 민간기업의 채용 과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좋지 못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임금 수준은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한 기업 기밀인데 이를 공개하라는 건 정부가 민간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며 “기업별·직무별 초봉 등 임금 정보가 공개되면 ‘노사(勞使)’는 물론 ‘노노(勞勞)’ 간에도 임금 격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6월 “기업 채용공고에 임금 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고용노동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부는 경제계의 우려를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2차 정책화 과제’에서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의 면접 점수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무원 시험 면접 응시자는 합격 여부 외에 자신이 받은 점수를 알 방법이 없었다. 응시자의 알권리 보장과 신뢰성 향상을 위해 면접시험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별 점수를 공개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다.
상가 임대료·보증금 인상률이 최대 연 5%로 묶인 가운데 건물주가 관리비를 대폭 올리는 ‘관리비 꼼수’를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 밖에 대통령실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속도제한을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운전면허시험장의 토요일 운영 확대, 초등학교 돌봄교실 우선 신청 자격을 다자녀가구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과제로 선정했다.
대통령실은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론화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도서정가제 예외 허용’, ‘KBS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을 국민참여토론 주제로 선정한 바 있다. KBS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과 관련한 토론은 9일로 마감됐다. 이날 오전 기준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징수해야 한다는 분리징수 찬성 의견 비중은 96%에 달했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KBS 수신료 징수방식과 관련한 권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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