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감산 효과는 3개월 뒤"… `재고 조기 소진`에 달렸다
1분기 영업익 전년比 95.8% ↓
경계현 사장 "지금 마지막 기회"
경기 활성화 수요 회복도 변수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한 기존 입장을 바꿔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메모리 업황 개선 시점이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라인 가동을 멈춰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6%, 86.1% 줄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매출 19.0%, 영업이익 95.8%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메모리 업황 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큰 폭의 적자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가가 제시한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반도체 부문의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결국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시장의 감산 기대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난도가 높은 다음 단계의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생산물량 감소에 대비해 물량을 확보해 왔다"며 "공급 물량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가 부진해도 공급이 수요를 밑돌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은 산업 전반에서의 파급력이 크며 경쟁사로 하여금 추가적인 감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5.1%를 기록했다.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은 각각 27.7%, 2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D램 업계가 처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해 말 감산에 들어갔다. 마이크론은 최근 추가 감산도 시사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감산하면 3개월 뒤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다음 3개월 뒤에 본격적으로 효과가 난다"며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작년에 시작했으니 이미 감산 효과가 시작됐고, 삼성전자가 여기에 가세하면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산 결정을 놓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이미 감산에 들어간 두 업체와의 시장 점유율을 애초 목표한 만큼 벌린 것으로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직 1분기 시장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버티기' 전략을 고수한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이번 기회에 경쟁업체와의 점유율을 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2월 1일 DS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좁혀지는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가 없다"며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기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힌 만큼 감산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재고 수준이 상당한 만큼 실제로 시장 분위기가 반등하려면 이달 말 컨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감산 규모나 시기 등이 확인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재고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25억원) 급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IT 수요 회복도 쉽지 않은 만큼 2분기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감산 동참에 따른 효과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전망이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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