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혁신] 살아남은 비트코인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뉴노멀]
[뉴노멀-혁신] 김진화 | 연쇄창업가
비트코인이 돌아왔다. 올 1분기 72% 상승하며 지난해 아찔했던 폭락장에서 벗어나 반등하는 모양새다. 케이(K)코인 열풍의 진원지였던 루나의 몰락, 세계 최대 거래소 에프티엑스(FTX) 파산, 그 여파로 바닥이 어딘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급전직하했던 추세가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는데 정말이지 현기증 나는 태세 전환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스위스(CS) 등 은행발 위기가 ‘크립토 윈터’에 때이른 봄기운을 가져다준 양상이다.
비트코인은 그 태동부터 은행의 위기에 맞닿아 있다. 2009년 초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가동되던 시점은 익히 알다시피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지구적 충격을 가져왔을 때였다.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코드에 첨부된 메모 등을 통해 금융위기와 그 후속 조치로 단행된 구제금융에 돌직구를 날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금융위기의 진앙이 글로벌 금융의 중핵인 월가가 아니었다면, 사토시 페이퍼에 담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신뢰를 전제로 하지 않는 피투피(P2P) 금융네트워크’에 대한 강조는 크게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에 등장했던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널리 알려지고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몇해 동안은 해커들의 장난감이자 암호학자들의 실험실, 나아가 어둠의 결제수단에 불과했다. 그랬던 비트코인이 주류에 등장하기 시작한 게 2012년 말, 남유럽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비로소 대중화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2013년 초 키프로스에서 모든 계좌가 동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이런 조치가 자국에서도 단행될 것을 우려한 스페인 등에서 대중의 관심도가 크게 증폭되며 전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비트코인은 무수한 논란과 회의, 저주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고, 투기적 광풍의 진원지로 열렬한 호응과 팬덤을 낳았다. 비트코인을 첫번째 사례로 해서 알려지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은 주목받는 미래기술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이 무렵부터 시작된 중앙은행들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공동연구가 곧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비트코인 뒤를 이어 등장했던 무수히 많은 코인이 명멸해갔다. 그들 대부분은 원조집의 고리타분한 맛이며 좁은 테이블 간격, 제한적인 메뉴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며 ‘지라시’를 돌렸지만 결국 변함없이 굳건하게 남은 건 원조집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숱한 저주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살아남은 이유를 10년 만에 다시 불거진 은행발 위기만큼 잘 설명해줄 다른 뭔가가 또 있을까. 하여 비트코인의 앞날 또한 여기에 달려 있다. 테슬라와 넥슨 등 일부 기업들이 몇해 전부터 실행한바, 기업자금의 일부를 보관·투자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보편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집합적으로 꽤 많은 유동자금을 보유한 스타트업 자금 일부가 가상자산 형태로 운용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의 다음 모멘텀을 가늠하는 질문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인공지능과 웹의 진화다. 생성 에이아이(AI)로 전면화된 인공지능 서비스의 여파는 관련 생태계의 생성과 활성화, 컴퓨팅 인터페이스의 전면적 혁신에만 머물지 않을 게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그것을 활용하는 대중의 출현은 모바일 기기를 개비한 대중들 못지않게 웹 생태계 전반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그에 힘입어 웹스리(web 3.0)는 웹을 애초의 기획대로 더욱 분산화할 것이며, 그 위에서 작동하는 금융시스템 역시 중앙화된 기존의 무언가와는 다를 공산이 크다. 여기서 각종 블록체인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어떤 퍼즐의 일부로 맞춰질 것인가? 비트코인의 미래를 가늠할 두번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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