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와 긴장 높은 美… ‘자국우선주의’에 우방국과도 마찰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

윤재준 2023. 4. 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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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풍선 사건 이후 남중국해 훈련
IRA·반도체법 등 무역장벽 강화
EU "세계 경제 충격 줄것" 경고

글로벌 지정학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로 대변되던 지정학적 갈등의 구분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중국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중국의 숨통을 더 조이고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를 토대로 중동, 유럽, 중앙아시아를 넘어 태평양 섬 국가까지 세 불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지정학적 부침도 많았던 한국은 이 같은 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분명해지는 미·중 중심의 지정학 재정립 실태를 살펴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에 반발한 중국의 포위 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9일 대만 신주현의 신주 공군기지에서 미라지 2000 전투기들이 출격했다. EPA연합뉴스

'중국 압박 강화' '미국 우선주의로 우방국과도 껄끄러움'.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바라보는 미국 밖의 시각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예상과 달리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는 무력은 물론 경제에 대해서도 한치 양보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우선주의'를 뚜렷이 보여오면서 손을 잡아야 할 국가들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지고 있다.

■러시아·중국과 갈등 고조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1년에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감행해 해외 군사력 축소에 나섰으며 이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미군의 직접 개입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중국 정찰풍선이 미 영공을 침범하면서 해외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미 해군은 풍선 사건 직후인 2월 11일부터 남중국해에 니미츠 항공모함을 보내 통합 원정타격군 훈련을 진행했다. 니미츠함은 이달 한국 및 일본과 실시한 연합 대잠훈련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실시한 포위 훈련 첫날인 8일에도 미 해군은 P-8A 포세이돈 초계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보내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군사적 긴장은 유럽에서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흑해 상공에서 미국의 무인기(드론)를 격추시켜 미국을 직접 도발했다. 러시아 정부는 같은 달 친러 국가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방국도 견제? 곳곳에서 갈등

바이든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는 우방국들과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산업활성화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과 반도체칩과학법은 무역장벽을 더 높인다는 비판 속에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같은 우방국과도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통과시킨 IRA와 반도체칩과학법은 미국 기업 또는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주요 교역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직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고 있는 유럽연합(EU)이 특히 반발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의 4분의 1을 생산하는 EU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U는 IRA와 반도체칩과학법 모두 불공정하게 미국 기업들만 유리해지게 한다며 미국이 협력은커녕 중국에 이어 또 다른 보조금 지급 경쟁이 발생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더 강화하고 공급망 디커플링에 성공한다고 해도 미국에는 단기적으로만 이득이 되고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EU는 경고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국·EU 마찰의 발단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있다고 분석했다. EU가 미국과 같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실시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으로 유럽은 더 큰 경제적인 대가를 치러왔다.

전문가들은 미국·EU 마찰의 중심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전임 행정부처럼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살림으로써 경제와 안보를 모두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잃는 것을 무릅쓰고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제조기지를 다른 국가로 이전, 또는 미국의 저렴한 에너지와 보조금 지급에 기대를 걸고 현지생산 증가라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내부뿐만 아니라 의회, 철강과 태양광을 포함한 산업계에서도 미국 우선을 내세우는 IRA로는 제조업 부흥을 하기엔 늦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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