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봄나들이 왔어요” 3년 만의 대규모 행사에 광화문·명동 ‘북적’

홍아름 기자 2023. 4. 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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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화문에서 부활절 퍼레이드 열려
팬데믹 이후 광화문 일대 가장 큰 행사
명동도 관광객 늘어... 상인 “코로나 때보다 훨씬 낫다”
“오랜만에 이런 큰 행사가 열려 좋았습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어머니, 반려견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회사원 황나영(40) 씨

9일 일요일, 집회와 시위 인파가 모이던 광화문 일대에 모처럼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열린 ‘부활절 퍼레이드’와 화창한 날씨 덕분이다. 광화문에서 멀지 않은 명동 거리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와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9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부활절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있다./홍아름 기자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부터 서울광장, 열린송현녹지관장 일대에선 2023 부활절 퍼레이드가 열렸다. 한국교회총연합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 50여 개 단체가 참여하며 개신교인만 1만여 명이 참여할 것이라 예상했다.

오전부터 이벤트 부스, 거리공연이 열리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오후 2시 본 행사인 퍼레이드와 음악회가 연달아 열리면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멈춰서서 행사를 구경했다. 광화문 광장의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풍선을 받아드는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는 어른들도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길거리 공연을 감상하거나 부스에서는 선물을 받기 위해 열심히 게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독일에서 온 한 관광객(42)은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사람들이 적은 것 같지만 이곳에서 큰 행사를 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내, 딸과 광화문을 찾은 회사원 조진구(45) 씨도 “코로나19 이후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는 자체가 반갑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이 집회나 시위가 아닌 대규모 행사로 북적이는 건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코로나 팬데믹과 이태원 참사 등으로 군중이 몰리는 행사는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서울시는 행사 직전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행사 당일 0시부터 22시까지 광화문 일대 교통이 통제됐고 곳곳에서 안전펜스와 안전관리요원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안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황 씨는 “오랜만에 이런 행사가 있어 좋았지만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게 아니라 불안하긴 했다”며 “동선이 복잡해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는 점이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황 씨, 반려견 하루(10)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가정주부 김경옥(65) 씨는 “그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행사장에서 마주친 사람의 4분의 1은 마스크 해제 조치에도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또 광화문 일대를 이동하는 동안 강풍에 시설물이 쓰러지거나 사람들이 라바콘에 걸려넘어지는 등 작은 사고가 잇달아 생겼다. 광화문 주변의 집회에 참여한 사람과 경찰 사이의 충돌도 있어 행사장 일대는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9일 명동 거리의 모습./홍아름 기자

광화문에서 3km 떨어진 명동 거리도 입구부터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때의 황량한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핫도그나 꼬치 등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여섯 명 줄지어 대기하기도 했다. 골목 곳곳에서는 핸드폰을 보며 길을 찾거나 서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잡화 노점을 운영하는 이모(38) 씨는 “오늘 평소보다 사람이 많긴 많다”며 “코로나로 관광객이 없던 때보다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냐는 질문에는 “최근에는 동남아나 일본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아직 코로나 전만큼 오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명동 관광특구에 방문한 단기 체류 외국인은 3월 기준 일평균 1만 5645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4622명과 비교해 1만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38%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강민수(50) 씨는 “코로나때와 비교하면 훨씬 좋아졌지만 다들 아직 코로나 유행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멀었다고 본다”며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어 아직 금토일 주말 장사만 보고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에 따르면 다음주는 봄 날씨가 더 완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지난달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봄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 늘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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