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철든 늦둥이였는데"… 비통 속 대전 음주운전 사망 초등생 빈소

이태희 기자,유가인 수습기자 2023. 4.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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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을 다녀오겠다며 집에서 나간 날이었다.

전날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배 양의 빈소에는 조문객과 화환도 없이 쓸쓸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인도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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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말 그대로 분위기 메이커…제2의 사고 반복돼선 안돼"
사진=연합뉴스

"일찍 철이 든 최고의 아이였는데…"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을 다녀오겠다며 집에서 나간 날이었다. 그렇게 배모(9)양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자식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아는 듯 꽃샘추위가 찾아온 9일 오후 4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는 무거운 침묵과 슬픔이 공존했다. 전날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배 양의 빈소에는 조문객과 화환도 없이 쓸쓸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배 양은 사고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딸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하며 바닥에 앉아 초점을 잃은 눈으로 영정사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특히 배 양의 어머니 A(50) 씨는 허망한 표정을 지은 채 장례식장을 돌아다녔다. 자녀를 잃은 슬픔에 넋이 나간 A씨의 발걸음은 그 누구보다 무거울 뿐이었다. 배양의 오빠 B(26) 씨는 누구보다 예뻤던 동생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B 씨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떨고 있는 손은 황망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동생은 말 그대로 활발하고 긍정적인 최고의 아이였다"며 " 그러면서도 일찍 철이 들어 어머니에게 항상 웃음을 주는 말 그대로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전했다.

이어 "어머니는 식당 일을 하시며 우리 두 명을 키워왔다"며 "동생은 어릴 때 어머니가 없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어머니를 따랐다"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을 갔다 오겠다는 배 양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8분 만에 구조됐으나 뇌사 판정을 받고 심정지를 반복하던 배 양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B씨는 동생과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처벌은 당연하다. 엄벌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제2의 동생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인도를 덮쳤다. 사고로 배 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다른 9-12세 어린이 3명도 부상을 입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으며, 경찰은 운전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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