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운 오리'도…PEF 거치자 몸값 2.5배
비주력 계열사·사업부 산 후 경영효율 높이고 체질개선
구조재편 촉매 역할 톡톡…토종이 주도, 먹튀 논란 적어
최근 수년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인수한 대기업 계열 사업부나 계열사 기업가치가 인수 전보다 평균 2.5배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비주력·비핵심 사업이 PEF 손을 거친 뒤 기업가치가 커지는 선순환 사례가 늘어나면서 PEF가 국내 산업의 구조 재편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매일경제와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5년간 PEF가 대기업에서 인수 후 재매각한 기업(지분가치 1000억원 이상, 경영권 인수거래 기준) 8곳을 분석한 결과 기업가치 증가율이 평균 147%에 달했다.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와 SK이노베이션 FCCL(연성동박적층판) 사업부는 PEF에 인수된 이후 기업가치가 각각 300%, 430%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된 두산공작기계와 두산엔진 가치는 각각 85%, 55% 높아졌다. CJ그룹에서 넘긴 투썸플레이스도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지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대기업집단 내에서는 비주력이었지만 PEF 인수 후에는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핵심 사업이 된다"며 "통상 5년 내 재매각을 목표로 경영 효율과 체질 개선에 집중하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으로서도 사업 조정을 통해 핵심 역량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어 산업 경쟁력 전체로 보면 '윈윈'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외국 자본에 의한 과도한 인력·투자 구조조정과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PEF에 의한 구조 개편에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하지만 최근 토종 PEF가 주도하는 딜이 많아지고, 사회적 책임 경영이 대세가 되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는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 경영진, 직원 간에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경영하는 것이 가치 창출의 핵심"이라며 "펀드가 인력과 투자를 줄여 단기 성과를 내는 데만 집착한다는 것은 과거 몇몇 사례로 인한 오해"라고 말했다.
PEF가 큰 성과를 내면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수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 PEF 약정 금액은 작년 말 기준 125조8000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불어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 구조조정을 공적자금에 의존했지만, 이제 PEF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매년 규모가 확대되면서 역할과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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