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에 꽂힌 큰손들…"절세 혜택에 예금보다 수익률 쏠쏠"
1분기 8.6조 매수
두마리 토끼 노린 '저쿠폰채' 뜬다
올해도 채권 투자 열풍 뜨거워
공사채보다 장기채 투자 선호
10년물 이상 판매액 9배 증가
최근 들어 시장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장기채에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가 다시 늘고 있다. 표면금리가 낮아 절세 효과가 큰 데다 향후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매매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서다. 올 들어 박스권에 갇힌 주가 흐름도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 저쿠폰채 ‘싹쓸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월 2일~3월 31일)까지 장외거래시장에서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8조65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조4451억원)와 비교하면 여섯 배가량 늘어났다.
개인 채권 매수액은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 올리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2022년 7월 1일~9월 30일)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9조3400억원에 달했다. 통상 개인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보유하기 때문에 표면금리가 높은 우량 회사채를 선호했다. 시장금리가 크게 올랐던 작년 말과 올초엔 표면금리가 높은 한전채, 회사채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올 들어서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금리 하락에 따른 매매차익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장기채가 인기를 끄는 것도 특징이다. 장기채는 잔존 만기가 길어 단기채보다 금리 변동이 더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올해 들어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3개 증권사에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 총 2조314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2413억원에 비해 아홉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저금리 시기 발행한 ‘저쿠폰채’는 고액 자산가들이 앞다퉈 사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담을 낮추면서 매매차익에 따른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이런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은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는 2025년엔 사라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9월 발행한 국채 20년물(19-6) 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 6264원에서 지난달 28일 7321원으로 16.8% 올랐다. 표면금리는 1.125%. 이런 국채를 사고팔면 이자소득세를 최소화하면서 매매 차익에 따른 양도세 등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KB증권 관계자는 “발행금리 1%대 장기채의 매매차익과 이자수익 등을 종합하면 은행 예금 수익률을 뛰어넘는다”며 “절세 목적으로 시작한 저쿠폰채 투자가 올해 금리 하락으로 매매차익까지 거둘 수 있게 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낮은 여전채 등도 살펴야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장기채 투자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 금리 하락 폭이 컸기 때문에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채권을 단기간 추격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분할 매수 방안이나 표면금리가 낮은 여전채 투자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채 20년물(19-6)과 같은 저쿠폰 채권은 가격이 상당히 올랐고 앞으로 금리 변동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가 부담스러워진 면이 있다”며 “표면금리가 1.5~2%대이면서 만기가 곧 돌아오는 여전채 투자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금리 하락에 따른 차익 매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표면금리가 2%대인 다른 국공채로 눈을 돌리거나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개를 들면서 미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채와 같은 해외 채권은 매매차익뿐 아니라 환차익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고객이 1년 새 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해외 채권 투자는 그동안 중장년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선 3040세대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한국보다 높은 금리 수준 등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자산가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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