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없어 대응전략 고심 배터리 3사, 생산력 확대로 지배력 키울 기회

문광민 기자(door@mk.co.kr),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4.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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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 영향은
전기차 충전기 업체에도 호재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10년 뒤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을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 신차 비중을 50%로 높인다는 목표를 발표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방침이 예고되면서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깃발을 높이 들자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기대와 염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자동차 총 1380만대가 팔렸다. 이 중 전기차는 약 81만대(5.8%)에 그쳤다. 2032년 미국 자동차시장 판매 대수를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정하면 미국 정부 계획이 실현될 경우 전기차 판매량은 약 920만대에 이른다. 주요 완성차 업체 중에서 전동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총 147만4224대를 판매했다. 이 중 순수전기차는 5만8028대(3.9%)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1년 새 196% 늘었다.

전기차시장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 업계가 염려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미국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10월에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을 연산 30만대 규모로 조기 완공한 뒤 이듬해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은 리스·렌터카 등 상업용 차량을 통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요 완성차 그룹이 전동화에 집중하면서 전기차시장 내 주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테슬라는 차종별로 2~6% 가격을 추가로 인하했다. 현대차그룹은 대형차·전기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단가가 높은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는 판매믹스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2030년까지 현대차·제네시스는 17종, 기아는 15종 등 전기차 라인업을 32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수소차를 국내에 누적 450만대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전기차 확대 방침은 배터리 업체와 전기차 충전기 업체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미 행정부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업체는 북미 지역에서 제조 기반이 있는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공식화한 2025년 북미 지역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각각 277기가와트시(GWh), 180GWh, 33GWh에 달한다. 이는 승용차 686만대에 공급되는 양이며, 미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가 전망한 2025년 북미 지역 배터리 생산능력 중 61%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에는 시장 성장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전기차 전환 시점을 앞당기는 정책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전기차 보급 확대 추세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SK시그넷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시그넷은 미국에서 최초로 350㎾급 이상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SK시그넷은 미국 텍사스주 플레이노시 공장에서 올 2분기에 350㎾급 이상 초급속 충전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광민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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