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공제회 PEF 투자 급증 요즘엔 슈퍼리치들까지 몰린다
고수익 노린 뭉칫돈 대기
1분기 M&A 상위 5건 중
3건이 PEF 참여 '존재감'
◆ 기업 되살리는 토종PEF ◆
국내에서 조성된 기관전용 사모투자펀드(PEF) 약정액 규모가 5년 만에 두 배 불어나 125조원을 넘어섰다. PEF가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 돈이 몰리고, PEF는 더 큰 딜에 참여하면서 구조재편 선순환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여파로 상승률은 주춤했지만 지난 5년간 연간 16조원 이상의 새로운 뭉칫돈이 국내 PEF 시장에 꾸준히 몰리는 모습이다. PEF 운용사들이 일반 사모펀드 시장 진출도 잇따라 준비 중이어서 고액자산가들 자금까지 유입되면 시장 규모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의 '기관 전용 사모펀드 통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누적 PEF 수는 1101개, 누적 약정 금액은 125조782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누적 약정 금액이 116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조7000억원가량이 지난 1년간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펀드 수는 1060개를 기록했던 지난해 말보다 41개 늘어났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에서 지난해 투자 손실을 피할 수 없었던 연기금·공제회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체투자 부문에 자금을 꾸준히 풀면서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PEF들 약정 금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2021년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일반 사모펀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투자자군을 다변화해 사모펀드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PEF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EF들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레이더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1분기 진행된 M&A 거래(경영권거래) 상위 5건 중 3건이 PEF가 매수자나 매도자로 참여한 경우였다. 올 1분기 최대어인 SK쉴더스 경영권 거래에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매수자로 나섰다. 또한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컨소시엄이 인수한 오스템임플란트, MBK파트너스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인수에 합의한 넥스플렉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진행된 M&A 거래였던 메디트(UCK·MBK파트너스)를 비롯해 SKC 필름사업부(한앤컴퍼니), 한국유리공업(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EMK(IMM인베스트먼트) 등도 모두 국내 주요 PEF들 손을 거쳤다.
다만 지난해 국내 PEF들의 약정액 증가세는 쪼그라든 모습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글로벌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자금 모집이 어려워진 영향이 커 보인다.
지난해 신규 조성된 PEF 약정 금액은 16조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했던 2021년 약정 금액(약 23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30%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신규로 조성된 펀드는 174개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전년 대비 45%가량 줄어든 것이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국내 PEF 시장은 지난 5년간 연간 15조원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2019년 PEF 신규 약정 금액은 지난해 약정 금액과 비슷한 16조3000억원과 15조5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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