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쏠쏠한데 …'벤처투자펀드' 좌초하나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2023. 4.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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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사가 개인 자금 모집
비상장벤처 투자하는 BDC
미국선 年10% 배당수익
인컴상품 투자처로 각광
국내선 1년째 도입 논의만

미국 증시에서 연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어서는 상장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종목에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상장벤처,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BDC는 비상장주식, 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다. 국내에선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이 BDC 관련 상품 출시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미국 증시에선 이미 다수의 BDC 종목이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 중이다. 미국 내 BDC 투자는 일종의 '인컴(배당) 투자'로 평가받는다. 대부분 BDC 종목들이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자산 규모가 큰 BDC 종목은 아레스캐피털(ARCC)로 연간 배당수익률은 10.6%에 달한다. 그 밖에 허큘리스캐피털(HTGC)과 블랙록TCP캐피털(TCPC)의 배당수익률도 각각 13.3%, 12.7%다. 개별주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주요 BDC 종목 25개사에 투자하는 '반에크 BDC 인컴(BIZD)' ETF의 배당수익률도 1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BDC 관련주가 높은 배당수익률이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 편입 자산이 대출 상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변동금리인 대출상품의 이자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순투자소득 및 배당 지급액이 자연스레 증가한 것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추세는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2차전지, 신재생 에너지 등 차세대 성장 산업과 기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회복되고 있다"면서 "신생·벤처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는 향후 시장 업황 회복과 기업 성장을 기대하며 함께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DC는 금융투자사들이 투자자 자금을 모집해 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을 강화하고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이 추진됐다. 투자 대상은 비상장사, 벤처기업 외 시가총액 20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와 코넥스 상장사 및 벤처조합, 창업 사모펀드(PEF) 등이 포함된다. 증권사·자산운용사가 지분 5% 이상을 투자해 상장한 뮤추얼펀드처럼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상장해야 한다.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도 일찍이 BDC 제도 도입을 위해 나섰다. 증권사·자산운용사들도 BDC 상품 출시를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시장 참여자 수요 조사를 한 결과 39개 금융투자기관이 펀드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BDC 상품이 도입되면 개인투자자들도 장외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손쉽게 비상장사 및 벤처기업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BDC 관련 상품 개발과 출시를 위해선 관련 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BDC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국회로 넘어와 1년 가까이 정무위원회에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해 상충 문제 및 투자자 보호 조치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증권사, 벤처캐피털이 운용 주체가 됐을 경우 미리 투자해놓은 기업을 펀드에 편입하는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투자 대상의 자격, 투명성 등을 깊이 있게 고려하지 않으면 과거 사모펀드 사태처럼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분별한 회사들이 상장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BDC 투자 대상인 비상장 지분투자, 대출 등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험이 부족한 영역으로 관련 전문 운용역 양성과 프로세스 정립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BDC를 운용 중인 아레스캐피털 사례를 참고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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