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바친 100호골 … 손흥민 "보셨나요, 외할아버지"
역대 34번째·亞 최초 대기록
지난 1일 별세한 외조부 추모
미토마와 '미니 한일전'도 승리
"내가 했으니 후배들도 가능"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경기. 전반 10분 그라운드 왼쪽에서 공간을 얻은 손흥민이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0호 골'이라는 대기록이 쓰이는 순간이었다.
후반 해리 케인의 골까지 더한 토트넘은 브라이턴에 2대1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주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경기는 손흥민과 미토마 가오루가 맞붙는 '미니 한일전'으로도 주목받았는데 올 시즌 EPL에 입성한 후 7골 4도움으로 주목을 받던 미토마는 핸드볼로 골이 취소됐고, 결승골 실점 과정에서도 공을 빼앗기는 실수를 저지르며 아시아 최고 선수가 누구인지를 다시 한번 느껴야 했다.
EPL 사무국은 손흥민의 사진과 함께 '손흥민'이라는 한글 이름을 넣은 트윗을 올렸고, 토트넘 구단도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축하를 전했다. 영국 BBC는 손흥민을 집중 조명했는데 "아시아가 낳은 최초의 글로벌 슈퍼스타"라고 평하며 "EPL 첫 시즌에는 불과 13경기에만 선발 출전했지만 이제 토트넘은 중요한 순간 손흥민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20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EPL에 둥지를 튼 손흥민이 100호 골이라는 고지에 올라서기까지는 8시즌이 걸렸다. 아시아에서 온 유망주였던 손흥민은 그사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고 이제 100골 클럽에 이름을 올린 34번째 선수가 됐다. 앨런 시어러(260골), 웨인 루니(208골), 팀 동료 케인(206골) 등을 시작으로 티에리 앙리(175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 등 눈부신 스타들로 가득한 이 명단에서 잉글랜드 국적이 아닌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14명이며, 아시아 선수 중에선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이 넣은 100골을 살펴보면 페널티킥, 프리킥으로 단 한 골씩만 넣고 나머지는 모두 필드골로 기록하며 영양가가 높았다. 55골을 자신의 주발인 오른발로 넣는 동안 헤딩으로는 4골, 약발로도 44골이나 기록했다는 점은 그의 다재다능함을 입증한다. 첫 시즌 4골로 예열을 마친 손흥민은 이후 매 시즌 10골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는 23골로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언제나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이룬 기록이기에 더욱 눈부시다. 득점 순간의 위치와 난이도 등을 고려해 평가하는 기대 득점(xG)으로 따져봤을 때 지난 7년6개월 동안 손흥민의 기대 득점 수치는 74.07골이지만 이보다 26골이나 더 넣었다. 가장 자신 있는 감아차기로 넣은 100번째 골의 기대 득점 값도 고작 0.02에 불과했지만 이 수치를 1로 만들어냈다. 비록 올 시즌에는 중간에 치른 월드컵과 안와골절 부상 등 악재 속에 예년보다는 저조한 골 기록을 보이고 있지만 100호 골 기록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0골을 넣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결코 갖지 못했을 놀라운 성과"라고 기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이날 평소 하던 '찰칵' 세리머니 대신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한 손흥민은 "최근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외할아버지에게 이 골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축구선수가 된 만큼 책임감과 응원을 담은 메시지도 있었다. 손흥민은 "내가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아시아 선수들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서 기쁘다"며 "나 역시 어린 선수들을 돕는 일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손흥민은 3골 차이로 다가온 호날두 기록을 넘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 경쟁을 위해 남은 시즌 계속해서 골을 노린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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