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근사체험과 죽음 그 이후
근사체험은 죽음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영적 현상인데, 죽었다가 심폐소생술로 되살아난 사람들에 의해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11월 한국 여의사회 초청으로 죽음학 강의를 했을 때 의사 한 분이 자신의 친구가 경험한 흥미로운 사례를 제보해주었다. 이 친구분은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주로 심장수술의 마취를 담당했는데, 한 번은 수많은 수술을 집도해오며 실력을 인정받은 외과의사의 심장이 멎는 응급 사태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30분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포기하려고 할 때 이 한국인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더 해보겠다고 자청했다. 이 외과의사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평소 동양인을 비하해서 한국인 의사 역시 늘 무시를 당했지만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미국인 의료진이 멀뚱히 보고만 있는 가운데 한국인 의사는 비지땀을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했고, 30분쯤 지났을 때 기적적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하여 살아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이 외과의사가 심장이 멎어 심폐소생술을 받는 도중 체외이탈을 하여 공중에 붕 떠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내려다보니까 자신이 늘 무시하던 한국인 마취과 의사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심폐소생술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회생한 후에는 한국인 마취과 의사가 자신을 살렸다고 감사하며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이 사례는 의사가 직접 경험한 근사체험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간다. 왜냐하면 의사들은 대학 때부터 유물론과 실증주의에 입각한 과학교육을 받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현상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험은 단순한 환각이나 꿈,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과학자와 의사들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내므로 뇌가 활동을 안 할 때 기억이나 체험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근사체험자가 본 것을 꿈이나 환각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꿈이나 환각은 뇌가 활동해야 가능한 일인데 그가 뭔가를 본 것은 뇌가 죽어 있었던 때이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이븐 알렉산더 박사는 뇌사 상태에서 극적으로 소생했던 체험을 한 이후로, 뇌가 작동을 안 해도 의식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죽었지만 영혼은 살아 있었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동료 의사들과 나누려고 하였으나 상당수 의사들이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이러한 체험을 하지 못했다면 아마 자신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근사체험에 대해 아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죽음, 그 후'까지 탐구의 범위를 확장시키면 근사체험의 진정성 여부를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건물 1층 맞은편에 담장이 있고 그 너머에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를 때 1층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이 건물의 4, 5층까지 올라가 보면 담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드러나게 되듯이, 탐구의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다 보면 점점 더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정현채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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