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미세플라스틱…신용카드 2500장"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이창훈(lee.changhoon@mk.co.kr) 2023. 4.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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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
2030년 배출 규모 5배로 늘고
2100년엔 50배로 폭증 예상
한국도 안전지대 절대 아니야
80년 후 연안 82% '안전초과'
미세플라스틱 섭취한 생물
식탁 오르면 사람에 치명적
지난 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택 한국해양한림원 회장, 이승진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CIC 부사장, 강동균 LG화학 CTO R&D 미래기술연구소 상무, 임찬수 GS칼텍스 정책운영팀 부장, 황동원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단장, 류선형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과장. 이승환 기자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해양 환경을 넘어 전 지구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세플라스틱 유입량과 현존량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한림원과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5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과학기술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제1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기조연설에 나선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박병직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연구개발본부장 외에도 이승진 CJ제일제당 부사장, 강동균 LG화학 상무, 황동원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단장, 류선형 해양수산부 과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기조연설을 한 심원준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자연에 배출되는 플라스틱 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심 책임연구원은 "지난 67년간 생산된 플라스틱이 92억t으로 추정되는데 31%는 현재 사용 중이고 11%는 소각됐다"며 "하지만 무려 53억t에 해당하는 58%는 매립되거나 버려져 지구 어딘가에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기준으로 육상과 해상으로 매년 1900만~2300만t이 배출된다"며 "2030년에는 배출 규모가 9000만t으로 폭증해 환경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 책임연구원은 해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부식되면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태양광에 노출될 경우 부식돼 0.13㎍(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이하 초미세플라스틱과 670㎍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에 가라앉거나 부유하며 해양 생물에게 흡수된다.

국내 연안 바다는 포장재와 폐어구에 의한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2021년 조사에서는 해양 침적 쓰레기의 98.4%가 폐어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지역 마산만을 조사한 결과,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어난 2000년대부터는 해저 토양에서 1㎏당 8000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향후 플라스틱 사용 증가 등으로 해양 오염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 책임연구원은 "동아시아 및 북태평양 지역은 2066년께 플라스틱 오염이 2016년 대비 4배 증가하고, 2100년께는 전 세계 해양 오염이 2018년 대비 50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인체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8개국의 지원자 대변에서 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10g당 18~172개 검출됐다.

심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는 한국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위험 농도가 안전한 수준이지만, 2100년쯤엔 한국 연안 82% 정도의 지역이 미세플라스틱 안전 농도를 넘는다"며 "폐암 환자의 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2100년쯤에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50장, 1년에 2500장을 섭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어업 폐기물 보증금제 및 인증제를 확대하고, 학계는 해양 쓰레기 열분해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한 바이오 소재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한국해양한림원과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하고 해수부가 후원하는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은 해양수산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매 분기 열릴 예정이다.

[강민호 기자 /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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