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 실패가 부른 참극…‘강남 납치·살해’ 사건 전말(종합)
감금에 소송전까지… 복잡하게 얽힌 관계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납치·살해 사건이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인한 원한에서 촉발됐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범행의 ‘윗선’으로 지목된 유모씨·황모씨 부부가 피해자와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사이가 틀어졌으며 이후 각종 사건과 소송으로 얽힌 사이임을 파악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주요 피의자인 이경우(36)에게 범행자금 명목의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9일 오후 3시 수서경찰서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황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이경우에게 7000만원을 범행자금으로 건네고 이경우에게 피해자 A씨를 납치하고 살해할 것을 의뢰한 혐의를 받는다.
백 서장은 “이경우가 ‘이들 부부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받았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시점에 황씨의 계좌에서 7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남편 유씨를 구속했으며 같은 날 오전 8시 18분쯤 아내 황씨를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얽힌 악연… 납치·살해 범행으로
유씨·황씨 부부와 피해자 A씨, 이경우는 가상화폐 투자로 복잡하게 얽힌 사이다.
이날 경찰의 언론브리핑에 따르면 유씨·황씨 부부와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다. 지난 2020년 9월쯤 이들 부부는 A씨의 권유로 가상화폐 퓨리에버에 1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자신들도 퓨리에버 홍보 업무에 참여했다.
이후 2021년 1월쯤부터 퓨리에버 가격이 폭락하자 A씨와 일부 투자자들은 퓨리에버 가격 하락의 책임이 유씨·황씨 부부에게 있다고 보고 같은 해 3월쯤 이들 부부가 투숙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호텔에 쳐들어가 유씨·황씨 부부를 감금하고 비트코인 4억원 상당을 빼앗기도 했다.
반대로 부부는 자신들에게 가상화폐 하락을 탓하는 주장의 배후에 A씨가 있다고 봤다. 부부는 감금 사건 이후 A씨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쯤부터 유씨·황씨 부부와 A씨는 서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유씨·황씨 부부와 A씨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동안 이경우는 이들의 원환 관계를 이용해 돈을 챙길 궁리를 했다. 퓨리에버 투자자이자 A씨와 함께 유씨·황씨 부부를 호텔에 감금했던 이경우는 2021년 9월쯤 부부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고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부부에게 제공하며 호의적인 관계를 쌓았다.
동시에 친구인 황대한(36)에게 유씨·황씨 부부와 A씨 사이 갈등 관계를 알려주면서 A씨를 납치하고 가상화폐를 빼앗은 후 부부에게 자금세탁을 맡기는 범행을 모의했다.
이경우는 이러한 범행을 유씨·황씨 부부에게도 제안했고 부부는 “A씨가 몇십억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상화폐를 옮기고 현금으로 세탁하는 것을 돕겠다”며 범행에 동의했다. 이후 2022년 9월쯤 부부는 이경우에게 착수금 2000만원을 포함해 범행자금 명목으로 총 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경우는 황대한에게 현금 500만원 등 1320만원가량을 건넸다.
지난해 9월부터 이경우는 범행준비에 나섰다. 이경우는 범행에 쓰일 마취제 성분이 담긴 주사기, 청테이프, 케이블 타이 등의 범행도구를 준비했고 황대한은 대포폰을 구입했다. 또한 황대한은 범행을 함께 할 연지호(30)와 이모씨를 끌어들였다. 이들은 후 올해 초부터 A씨와 A씨의 남편 등을 미행하며 범행기회를 노렸다.
◇ 가상화폐 탈취 실패했지만 피해자 살해
경찰은 이경우·황대한·연지호가 A씨의 가상화폐를 빼앗지 못한 채 그대로 A씨를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쯤 황대한·연지호는 서울 강남구에서 귀가하던 A씨를 차량으로 납치했으며 이때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이들은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에게 A씨의 휴대전화와 가방을 전달하고 자신들은 A씨를 대전 대덕구 대청댐 인근으로 데려가 이곳에서 A씨의 가상화폐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30일 오전 1시쯤 이경우는 용인시의 한 호텔에서 유씨를 만나 황대한에게 전달받은 비밀번호를 유씨에게 알려줬다.
오전 2시 30분쯤 이들은 A씨의 계좌를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A씨가 가상화폐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피의자들은 A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대청댐 부근에 암매장했다. 30일 오전 5시 16분쯤 이들은 사체를 매장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의 전화 통화를 나눴다.
범행 이후 이경우가 유씨를 만나 도피자금을 건네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이경우는 30일 오후 2시쯤 유씨를 만나 도피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 이경우 진술에 따르면 이경우가 유씨에게 “두 사람이 쫓기고 있으니 6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유씨는 “당장 돈을 구할 수는 없으니 배를 알아보라”는 취지로 답했다,
경찰의 이러한 수사 내용은 유씨·황씨 측의 주장과 엇갈린다. 당초 유씨·황씨 부부 측 법률대리인은 “범행 이후 유씨가 이경우와 두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나 당시 이경우가 유씨에게 범행사실을 알리지 않고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씨·황씨 부부는 현재도 자신들의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주요 피의자 3명, 검찰에 송치… 총 피의자는 7명으로 늘어나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이경우·황대한·연지호 3인조를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3인조와 같이 범행을 모의하다 중간에 이탈한 20대 이모씨도 강도예비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또한 경찰은 이경우의 아내 B씨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이경우에게 마취제 성분이 담긴 주사기를 건넸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수사기관에 입건된 피의자는 총 7명이다. 경찰은 검찰과 공조하며 유씨·황씨 부부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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